[뉴스핌=장주연 기자] 아들을 먼저 보낸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며느리가 아들 사망보험금을 가로챘다. 분노한 덕구할배(이순재)는 그길로 며느리를 쫓아낸다. 이후 빈 병 줍기부터 불판 닦기 허드렛일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 손자 덕구(정지훈), 덕희(박지윤)를 부족함 없이, 그리고 바르게 키우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그러나 곧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가장 높은 산이면서도 가장 만만했고, 세대가 다름에도 내 모든 것을 이해해주던 사람, 그를 향한 그리움. 영화 ‘덕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메가폰을 잡은 방수인 감독은 ‘내가 닮아가는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를 보내게 되는 작은 기적의 순간’을 꿈꾸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가 유일한 보호자인 두 남매 이야기를 풀어갔다. 내 이름 석 자가 아닌 누군가의 할배로 사는 삶, 그럼에도 더 주지 못해 아파하는 덕구할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간단한 줄거리만 봐도 알겠지만, ‘덕구’는 착한 영화다. 관객의 기본적인 부채의식을 자극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착한 영화. 당연히 단점이 존재한다. 과정이 예고돼있고 결말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뻔하다. 하지만 방 감독은 그 속에 다름을 챙기려고 애썼다. 다문화 가정이란 소재를 그 안에 녹인 게 대표적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던지면서 나름의 색깔을 찾아냈다.
덜어내기에 집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방 감독은 영화 속 모든 것을 최대한 간결하게 담아냈다. 특히 캐릭터의 감정선, 그중에서도 덕구할배의 심리를 덤덤하게 묘사했는데 오히려 그 덤덤함이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자칫 신파로 흘러가는 위험에서도 벗어났다.
물론 이는 덕구할배를 연기한 이순재의 공이 크다. 연기 경력 62년. 이순재는 그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또 한 번 연기로 증명했다. 그의 노련함은 영화의 넘치는 곳을 누르고, 영화의 빈틈을 채웠다. 이순재의 손자들로 나온 정지훈과 박지윤은 때 묻지 않아서 좋다. 무엇보다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순재 옆에 선 정지훈의 연기가 놀랍다. 5일 개봉. 전체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