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쓰고 촛불 든 대한항공...'회장 일가 퇴진' 외쳐
온라인상에서 의견교환 '왕성'...오프라인에선 '쉿'
"준비물 챙기세요"...이르면 이번주 2차 집회 개최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외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최대한 신분을 숨긴 채 제2차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차 집회 당시 사측의 징계 등을 우려해 벤데타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들었던 이들은 같은 방식으로 2차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8일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은 지난 4일 첫 촛불집회 이후 오프라인상에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다음 집회 참여를 서로 독려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8.05.04 yooksa@newspim.com |
이들은 온라인 채팅방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만 오프라인상에서는 꾸준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보복 등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직원들은 행여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성공적인 집회를 위해선 적극적으로 주변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지만 신분 노출에 대한 걱정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홀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직원은 "회사에서 집회 간다고 얘기하고 다니면 '프락치(내부 밀고자)'들이 다 이름을 적어간다"며 "다들 쉿!"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직원 역시 "가장 가까운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프락치일 수도 있다"면서 "별안간 돌변해 프락치 노릇을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직원들 사이에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하다 보니 집회 주최자 입장에선 집회 예상 규모를 짐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난 4일 1차 집회 당시 관리자가 사전에 신고한 집회 인원은 100명이었으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50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모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아직 2차 집회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직원들의 참여 의지는 굳건한 상태다. 특히 지난 집회 당시 스케줄 근무와 겹쳐 참여하지 못했던 운항‧객실승무원 중에는 "오프(쉬는 날)에 집회 일정이 잡혀 꼭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지난 집회 때는 용기가 없어 조용히 뒤에 서 있었는데 다시 집회에 가게 된다면 자유발언을 하고 싶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에 대한 비밀만 보장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조 회장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하겠는 입장이다.
집회를 이끄는 채팅방 관리자는 지난 1차 집회 당시 보안 등을 이유로 집회 이틀 전에 갑작스럽게 날짜를 공지한 바 있다. 따라서 아직까진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이번주내 2차 집회가 열릴 가능성도 높다. 벤데타 가면이나 손팻말, LED 촛불 등 개인준비물을 서둘러 마련하라는 공지가 내려온 것 역시 조만간 집회 날짜가 확정될 거란 예상을 뒷받침한다.
앞서 대한항공 직원들은 지난 4일 저녁 광화문 세종문회회관 앞에 모여 촛불을 들고 '조 회장 일가 갑질 규탄 및 경영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과 일반 시민 등 경찰 추산 500여명 가량이 참가했다. 집회 사회는 지난 2014년 '땅콩 회황'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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