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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피와 씨앗' 장기이식 문제로 본 생명윤리…"이타주의가 폭력이 된다면?"

기사입력 : 2018년05월08일 17:57

최종수정 : 2018년05월08일 17:57

영국 극작가 겸 배우 롭 드러먼드의 2016년 최신작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 두 번째 작품

연극 '피와 씨앗'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남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폭력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8일 막을 올린 연극 '이타주의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2016년 영국에서 선보였던 작품 '피와 씨앗'이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를 통해 관객과 처음 만난다. 개막에 앞서 8일 오후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피와 씨앗'(연출 전인철, 프로듀서 김요안)은 영국의 극작가 겸 배우 롭 드러먼드(Rob Drummond)의 2016년 최신작으로, 장기 이식을 놓고 벌이는 가족 간의 치열한 갈등을 다루는 작품이다.

전인철 연출은 "원작과 다르게 어떻게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무대를 비우고 원작과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가족간의 장기 이식과 관련된 도덕적인 딜레마를 다룬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기도 하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타인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극 '피와 씨앗'의 전인철 연출(왼쪽)과 김요안 프로듀서 [사진=두산아트센터]

작품에는 총 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장기 이식이 필요한 12살 소녀 '어텀'(최성은), 전직 수의사이자 그녀의 할머니인 '소피아'(강명주, 우미화), 어텀의 엄마가 죽은 후 소피아의 집에서 함께 사는 이모 '바이올렛'(박지아), 어텀의 아빠이자 이식이 가능한 장기 복역수 '아이작'(이기현), 아이작을 담당하는 보호관찰관 '버트'(안병식)다.

장기이식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어텀을 위해 소피아와 바이올렛은 아이작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십 수년을 교도소에 복역했던 아이작과 이들은 서로의 해묵은 감정을 벗어나려 하지만 쉽진 않다. 이 과정에서 남을 위하는 '이타주의'가 오히려 '이기주의'가 될 수 있음이 드러난다.

김요안 프로듀서는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원작자가 생명윤리를 주요한 모티브로 갖고 간다. 장기 이식 뿐만 아니라 이타주의나 생명 논리에 대한 논쟁이나 이슈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런 딜레마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처음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밝혔다. 이에 전 연출 역시 "보통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을 보는데, 이번에는 배우들과 원작을 다 읽어보며 작품 속의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피와 씨앗'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특히 이번 공연은 무대가 아닌 무대의 뒷 공간도 활용해 독특한 연출을 자랑한다. 무대의 벽면이 하나의 큰 스크린이 되어 영상을 활용하는 것. 무대 옆과 뒤편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영상촬영을 한 장면이 무대 위에 함께 상영된다.

전 연출은 "무대 깊이를 줄이고 와이드하게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회화적인 느낌으로 구성했다. 조명도 인물이 아닌 전체 그림을 잡는데 집중했다"며 "타예술감독들은 다른 장르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많이 가져와서작업을 한다. 이번 작업에서 영상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영상 장면이 많아 지루한 것 같기도 하지만, 무대에 적합한 형태가 무엇인지 거기에 맞는 연기는 무엇인지 어떤 카메라워크를 써야하는지 탐구하고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작품에서 '밀알의 여신' 의식에 행해지는 기도문과 밀짚인형이 주요하게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전 연출은 "켈트족의 문화와 기독교가 섞인 상황이다. 제가 받은 이질적인 느낌을 관객들도 받았으면 했다"며 "사실 기도문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연극 '피와 씨앗'은 이날 첫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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