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스페인 하원이 1일(현지시간) 마리아호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경제위기와 헬리콥터 사고까지 겪으며 7년 간 버텨 온 라호이 총리가 드디어 물러나게 됐다.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당(PP)에서 부패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자 스페인 제1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이 지난주 내각 불신임안을 하원에 제출한 후, 이번 주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6개 소수 정당의 지지를 얻어내 하원 전체 의석 350표 중 과반인 180표의 지지를 확보했다.
당초 사회당이 확보한 불신임안 지지표는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두 개의 카탈루냐 분리독립 정당까지 합쳐서 175표로 과반이 176표에서 한 표 모자란 상황이었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바스크국민당(PNV)이 국민당 의원들의 유죄판결 이후 라호이 총리로부터 등을 돌렸다.
라호이 총리가 물러난 후에는 사회당이 집권하게 돼 산체스 대표가 총리직을 맡게 된다. 산체스 대표는 이번 주말 총리 취임 선서를 하고 내주에 내각이 발표될 예정이다.
라호이 총리는 하원 표결 전 패배를 인정하며 후임 총리에게 행운을 빌었다. 그는 “민주주의자로서 표결의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 부동산 시장 붕괴로 금융 위기가 전면화됐던 2011년 당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당선돼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얻어내 스페인 은행시스템을 구조조정하고 경제 회복의 기반을 닦았다. 스페인 경제는 5년 간 회복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라호이 총리의 몰락을 초래할 씨앗이 뿌려졌다. 2010년 카탈루냐 자치정부 권한 확대를 억제하자 되려 카탈루냐 분리 운동이 확산돼 7년 뒤 라호이 총리와 중앙정부를 위협할 정도로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졌다.
또한 최근 스페인 법원은 국민당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면서 29명의 전직 국민당 소속 각료 등 핵심당원들에게 최근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다.
라호이 총리는 현대의 스페인을 만든 마지막 보수 정치 세대에 속한다. 그는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총리 재임 당시 그의 곁에서 교육 및 내무 장관 등을 역임하고 부총리까지 올랐다. 2003년에 아스나르 전 총리가 그에게 당 대표직을 물려줬다.
라호이 총리는 이후 두 번의 총선 참패와 EU에 의한 경제 회생, 헬리콥터 사고까지 겪으면서도 생존했지만, 결국 부패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산체스 대표는 총리에 오를 경우 라호이 총리가 마련하고 의회가 승인한 예산안을 고수할 것이며, 카탈루냐와 협상을 시작하겠지만 카탈루냐의 독립 주민투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하지만 사회당은 하원 의석 350석 중 84석만을 차지하고 있어 입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 총선은 2020년 중반에 예정돼 있으며 산체스 대표가 그 전에 조기총선을 개최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사회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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