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반부패부, 시중은행 6곳 채용비리 의혹 집중수사
은행장·인사담당자 등 12명 구속·26명은 불구속 기소
하나·국민은행, 남녀차별채용 드러나 재판에 넘겨져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 수사로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해당 은행장과 인사담당자 등 모두 3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신입행원 채용시 남녀 차별을 둔 KEB하나은행(옛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도 남녀고용평등법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황선중 기자> |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17일 "은행 채용비리 집중 수사 결과 12명 구속 기소, 26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2개 은행을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 반부패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부 지방검찰청과 함께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우리은행 등 관할 시중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을 동시 수사했다.
대검에 따르면 이들 6개 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기소 대상 사건수는 총 695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가운데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남녀 차별 채용 문제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설정하고 성별에 따라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차별 채용했다.
국민은행도 2015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서류전형 결과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가 나타나자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임의로 높여 합격시키고 반대로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는 내려 불합격 결정을 내렸다.
[대검찰청] |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하는 것은 은행 인사부서가 채용비리에 적극 개입한 사례로 나타났다. 인사담당자들이 은행장을 비롯한 상급자나 지인, 중요 거래처로부터 채용관련 청탁이 들어오면 별도로 청탁 명단을 작성해 전형 단계별로 합격 여부를 관리하는 등의 방식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청탁을 받은 인사담당자가 해당 지원자의 서류전형을 통과시켜주거나 일부 고위직 임원의 자녀에 대해 특혜를 주는 관행 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확인했다.
실제 국민은행 한 채용팀장은 부행장의 부탁이 없었는데도 평소 이름을 알고있던 부행장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여성 지원자를 부행장 자녀로 착각해 논술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이후 부행장 자녀가 남성으로 군 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면접 단계에서 해당 지원자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인사담당자가 직접 채용비리에 관여한 사례는 이번 수사에 따른 입건자 38명 가운데 68%를 차지했다. 또 구속기소된 12명 가운데 7명이 전·현직 인사업무 담당자로 드러났다.
이밖에 청탁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전형 신설 등 채용 조건 추가나 자격 조작, 일부 상위권 대학 출신 선발을 위해 합격 대상인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는 학력 차별 채용, 지역 금고 유치 등 목적으로 정·관계 인사 자녀의 채용을 이른바 로비의 '도구'로 이용한 사건 등도 적발됐다.
다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참고자료가 지난달 이첩된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사건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재판 중인 금융기관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입법적 해결방안 마련 등을 위해 관련 기관과 꾸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