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독일이 망명 요청자들을 다른 유럽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양자 합의를 체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난민 정책과 관련 국내에서 수세에 몰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사회생할 기회를 잡게 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U 남부 국경에 도착해 북쪽으로 이동해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다른 EU 회원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특별 합의를 독일과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기독사회당(CSU)이 난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개방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메르켈 총리는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반드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CSU는 다른 회원국에서 난민으로 등록된 외국인이 독일로 입국하려 할 경우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난민 정책은 주변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SU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28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에서 난민 정책 해법을 도출하라고 메르켈 총리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7일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를 축출하려거나 대연정을 붕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총리가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퇴진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CSU가 연정에서 이탈하면 메르켈 총리의 CDU가 소수 정부로 전락하게 돼, 독일은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며 이는 메르켈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의 주요 과제는 이탈리아와 망명 신청자를 복귀시키는 양자 합의를 체결하는 것이지만, 그리스가 이처럼 체결 의향을 보여 메르켈 총리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국가이므로 이들 국가들의 입장이 현재 메르켈 총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새로 들어선 포퓰리즘 정부는 난민이 EU 역내에 들어왔을 때 제일 처음 도착한 나라에 망명을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한 더블린 규정을 철회할 것이라 위협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4일 난민 문제를 다룬 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책임과 연대를 강조하며 “솅겐조약이 난민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솅겐조약은 EU 회원국들 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약인데, 다른 회원국들이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통해 유입된 난민의 자국 입국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EU 통합의 근간을 이루는 솅겐조약까지 어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3월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좌)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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