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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공생경영] "사회는 기업의 생존 기반..같이 성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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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기 속에서 찾은 미래 '사회적 가치 창출'
"생존 기반인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기업도 미래 있어"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2003년 SK그룹에 큰 시련이 닥쳐 왔다.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총수인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그룹 전체가 수사 대상이 됐다. 해외 투기자본인 소버린이 주식을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도 이맘때다. SK그룹 사상 가장 위기로 꼽히는 시기다. 현재 최 회장과 SK그룹의 경영 이념인 '사회적 가치'는 이 무렵 태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련을 겪으면서 더 나은 가치에 대한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SK그룹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악재들을 연이어 겪으면서 최 회장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는 사회와 같이 발전하는 것이 더 오래 남는 기업이 된다는 인식을 이때부터 키워온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자 SK의 행동은 빨랐다. 2006년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개설을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기업들은 대부분 동반 성장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 극대화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SK가 '사회적 기업 육성'을 외치자 많은 사람이 갸우뚱했다. 개념도 잘 모를뿐더러 과연 기업의 성장에 '사회적 기업 육성'이 무슨 도움이 될지 의아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과 SK는 미래 성장을 위한 답이 '사회적 기업,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다는 원칙에 의심을 갖지 않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사회적 기업 설립, 인센티브 시스템 설계 및 운영, 인재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 시련 속에 찾은 미래 해법,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미래"

2006년 사회 공헌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을 설립해 10년 넘게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을 지원, 사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행복나래, 천년누리전주제과 비빔빵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만큼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도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2012년 SK가 주최한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서 처음 제안한 뒤 현실화된 모델이다. 인재 양성, 펀드 등을 통한 지원 등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통한 새로운 실험도 시작했다.

2017년 SK하이닉스를 첫 사례로 기업의 가치 체계에 사회적 가치를 들여오는 실험을 시작한 것. 이는 경제적 가치 위에 사회적 가치를 더한 것으로, 2018년부터는 전 관계사에서 이를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세금·임금이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는 비용일 수 있으나, 세금·임금을 줄이는 게 반드시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는 작업 등이다.

SK하이닉스 공유인프라 설명회 [사진=SK하이닉스]

최 회장은 2017년 10월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에서 "오늘 먹을 빵만 걱정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몇 년 안에 영리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면 전략상 실패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제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사회적 기업을 강조하는 것도 살기 위한 전략입니다. 기업이 돈만 버는 곳이라는 고전적인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입니다"라고 주창했다. 기업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다가는 미래가 없다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최근 들어 SK는 단순히 지원의 개념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그룹의 인프라까지 공유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산을 공유해 더 많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최 회장은 2016년 10월 CEO 세미나에서 사업구조 혁신이 가속화되도록 관계사들의 자산을 합쳐 사업에 나서는 자산 효율화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공유 인프라' 개념도 처음 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 회장은 "기존 비즈니스에만 활용했던 자산을 공유 인프라로 확장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해진다"며 "인프라를 외부에 공유하면 그룹 내부에서보다 훨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수 있고 사회적 가치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회는 기업의 생존기반,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업이 나서야"

SK는 사회 문제에 적극 나서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하는 이유에 대해 '장기적인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기업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자는 취지다.

그동안 사회적 기업 육성, 인프라 공유, 딥체인지 등 여러 용어로 설명돼 왔지만 SK의 경영 이념을 가장 핵심적으로 설명한 단어는 최근 최 회장이 이야기한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DBL)이다. 이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올해 그룹 신년회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해 우선 DBL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미래 고객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고,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가 상품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것이 바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을 실천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게 되면 전혀 새로운 가치를 가진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그룹 총수가 앞장서서 이끌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오랜 기간 관련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덕분에 나타난 성과가 지금 SK그룹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들이다.

◆ "SK만으로는 부족, 모든 기업 모든 국가 나서야"

최 회장의 노력은 SK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기업의 사회적 기업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전도사가 돼 '사회적 기업, 사회적 가치'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2월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에서 최 회장은 "기업들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SK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니 더 많은 영리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시장 원리가 적용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알리기는 이미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해당 사안을 본인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홍보에 여념이 없다. 최 회장은 한 국제포럼에서 사회적 기업 개념을 접한 이후 자주 “내가 평생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노력해 왔다. 2014년에는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서적을 직접 저술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10만 사회적 기업 창업'을 주창했다. 사회적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경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며 ‘10만 사회적 기업 창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최 회장은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세계지식포럼 등 국내외 다양한 행사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 문제 해결, 사회적 기업 생태계 창출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설파하고 SK가 실천해온 구체적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 포럼에서 최 회장은 ‘격변기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한 조찬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기업들이 주주, 고객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제적 가치 외에 일반 대중, 시민단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내야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포럼 참석을 통해) SK그룹이 변화하려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과 개선 방향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며 “SK그룹은 중국을 비롯한 국외 시장에서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인 만큼 SK그룹의 실험과 시도에 전 세계 많은 기업이 동참하고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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