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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남자들' 문재인‧김병준, 얽히고 설킨 인연

기사입력 : 2018년07월17일 18:15

최종수정 : 2018년07월17일 22:20

1993년부터 盧의 정책브레인, 참여정부 이론적 토대 마련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실장 지낸 문 대통령과 2년간 동고동락
김두관 지지하며 친노 주류와 거리...탄핵 국면서 신보수 아이콘 변신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을 칭하는 이른바 '친노(親盧, 친노무현계)'가 자유한국당의 얼굴로 등장했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척점인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된 것.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일한 것은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진으로 함께 일했던 2년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국민대 행정대학원장 재직 시절인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설립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특강을 한 인연으로 이사장을 맡으며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정치권서 홀로 나설 때마다 김 위원장이 곁을 지켜 주변에선 '원조 친노'라는 닉네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2007년 5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양쪽에 앉아있는 문재인 비서실장(왼쪽)과 김병준 정책특보. [사진=뉴스핌DB]

당시 유력주자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수많은 유력 학자들이 몰렸던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 표명했던 많지 않은 인사 중 김 비대위원장은 소중한 존재였다.

오죽했으면 이회창 캠프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학자그룹이 넘쳐났지만, 노무현 캠프에선 보도자료에 "김병준 교수를 비롯한 ~~명"이라고 구색을 맞췄을까.

친노계열 인사들의 말을 빌리면 노무현 대통령이 평생 동안 "오랜 친구 같다"고 말한 사람이 딱 두 사람 있다. 인권-노동변호사로 동고동락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병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 당선 후 관가에서 화려하게 만개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캠프 정책자문단장과 참여정부 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 간사를 거쳐 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하는 등 캠프 때부터 노무현 정부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도맡았다.

이 떄 이미 노무현의 복심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좌우 양쪽에 '문재인-김병준'이 있었던 셈이다. 정가에선 '우광재-좌희정'으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족 같은 '복심'이라고들 하지만, 측근들은 이들보다 문재인-김병준 두 사람의 클래스가 달랐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결된 2004년 4월부터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보 등 중책을 거치며 상당기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재직했다. 2006년에는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도 임명됐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에서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압박하자 1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 위원장이 관가에서 꺾인 첫 번째 케이스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칼을 휘둘렀으니, 어찌보면 구원(舊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히지만 몇년뒤 김 위원장을 총리로 지명하는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니, 정치권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양 날개..."2년 간의 접점, 업무스타일 너무 잘 알아"

2007년 5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에 앞서 문재인 비서실장(왼쪽)과 김병준 정책특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핌DB]

노무현 캠프에서 실제로 부산 선거를 맡았던 문 대통령과 학자 그룹의 좌장으로 정책자문단 좌장을 맡아 이론적 토대를 쌓았던 김 위원장은 대선 캠프에서는 접점이 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서 밝혔듯이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청와대에 오지 않으려는 문 대통령을 향해 비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고자 한다는 뜻으로 간곡히 설득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끝내겠습니다. 정치하라고 하지 마십시오"라고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03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참여정부의 시작과 끝을 지켜봤다. 건강을 이유로 수차례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했지만, 그 때마다 탄핵 등 초유의 사태로 청와대를 떠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에 따르면 2년여간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의 업무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참여정부 이후 달라진 궤적, 김병준 2012년 이후 친노와 거리..
    박근혜 탄핵 국면서 '책임총리 지명' 보수인사로 낙인, 文과 대척점에 서

2007년 5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양 옆에 앉아있는 문재인 비서실장(왼쪽)과 김병준 정책특보. [사진=뉴스핌DB]

참여정부가 끝난 이후 김 위원장의 궤적은 상당히 달라진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문 대통령이 아닌 김두관 의원을 지지하면서 친노 주류와는 멀어졌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퇴하자 이후 거국중립내각을 이끌 책임총리로 거론됐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면서 책임총리가 힘을 잃었다.

김 위원장은 탄핵 이후에도 새누리당 의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고, 6.13 지방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이른바 친노들이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식장을 지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김병준 교수를 너무나 잘 알기에 한 말씀 드린다"면서 "그쪽 일을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 비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8.07.17 kilroy023@newspim.com

총선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한국당 인적 쇄신의 권한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통 보수진영의 인사가 아닌 김 위원장은 외부 인사로서 한국당의 위기를 극복,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한국당의 대표 체제로 넘어가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등 정책적 비판과 함께 한국당의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도기적 역할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문 대통령을 제대로 타깃 삼아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정을 제대로 파헤쳐 큰 흠집을 남겨야 보수진영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난파 직전의 한국당 수장으로서 당의 분열을 막고, 보수진영의 에너지를 결집하기 위해선 살아있는 권력인 문 대통령과 제대로 한 판을 벌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인연이 앞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8개월 정도 지속될 한국당 비대위 활동기간 동안 어떤 과정과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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