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방미일정 중 드루킹 특검 얘기 안해…말을 잇지 못하겠다"
민주당 "노회찬 의원, 진보정치의 상징…후배들이 뜻 이어받을 것"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투신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도 패닉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5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까지 방미일정을 소화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낸 탓에 더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23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보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며 잠시 침묵했다. 그는 "귀국 전날밤에 술 한잔 대접하면서 과거 노동운동을 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방미 기간 중 드루킹 특검과 관련해 동료 대표들과 단 한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고, 본인도 그와 관련해 해명의 목소리를 단 한번도 내지 않았다"면서 "너무 가슴 아프고 비통한 일이다. 늘 노동운동 현장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대변하고자 했던 그 진정성이 어떻게 비통한 죽음으로 끝났는지 말문을 잇지 못하겠다"며 심경을 전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김 원내대표는 "제가 미국 정계지도자와 경제인들을 만나 '느슨한 제재 완화와 일방적인 평화만 갖고 결코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강한 입장을 제시했을때 예전처럼 강하게 반박하지 않았다"면서 "사적인 자리에서 둘 만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노 원내대표가) 본인이 평양에 갔다온 얘기를 하면서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김 대표 얘기에 대체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대화의 끈은 놓아선 안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정에 동행했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굉장히 큰 충격이다. 미국에서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토요일 1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전날 금요일 저녁에 5명이 모여 맥주 2시간 정도 마셨다. 일정 다 마치고 자리를 했는데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방미 일정 중 해외 특파원들이 노 원내대표에게 드루킹 특검 관련해 질문을 한데 대해서는 노 원내대표가 상당히 불쾌해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노 대표가 '이 자리는 방미 성과를 얘기하는 자리인데, 그 걸 직접 여러명 있는데서 얘기하는건 아닌 것 같고 별도로 따로 얘기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간담회를 마치고 별도로 20분 정도 노회찬 대표만 따로 했다. 원내대표끼리는 그 문제에 관해 물어보지도 않았고 일절 서로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어 "(노회찬 원내대표가) 한국에 가면 다시 또 이런저런 얘기와 의논을 하고 개헌문제도 얘기하자고 했었다"면서 "어떻게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미국에서 알지 못했던 상황을 알았을 수도 있고, 무언가에 큰 압박을 받았을 수도 있다. 평생을 정의를 부르짖으며 사신 분이니 굉장히 고민이 있지 않았겠나 한다"고 전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노회찬 의원은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상징으로서 정치인이기 이전에 시대정신을 꿰뚫는 탁월한 정세분석가이자 촌철살인의 대가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노회찬 의원은 척박했던 90년대 초부터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진보정당 역사의 산 증인이었고 뛰어난 대중성을 바탕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면서 "노회찬 의원이 지향했던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들은 후배 정치인들이 그 뜻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유가족에게도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오전 9시38분께 서울 남산타운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사고 현장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2018.07.23 leehs@newspim.com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선수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는 와중에 본인의 SNS계정을 통해 "노동자를 위해 정치활동을 한 노회찬 의원의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노 대표의 인격상 무너져 내린 명예와 삶, 책임에 대해 인내하기 어려워 선택했겠지만, 저 자신도 패닉상태다. 솔직히 청문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회찬 의원은 한국 진보정치의 대들보 같은 존재였다"면서 "노회찬이 없는 진보정당은 상상하기 어렵고, 진보정치의 시간이 멈춰선 느낌"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