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공행진에도 우후죽순 만년 적자
거품 인가 성장통 인가…끊임없는 논란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 상당수가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바이오 기업 시총 상위 10위권 중 70%가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냈다.
신라젠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301억2200만원 영업손실을 내며 반기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제넥신 229억9300만원, 에이치엘비 99억7500만원, 코오롱티슈진 86억1900만원, 바이로메드 62억5700만원, 코미팜 15억3900만원, 셀트리온제약 12억7700만원 등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물론 이익을 거둔 곳들도 있다. 메디톡스는 504억4000만원, 휴젤은 390억25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양사는 각종 보톡스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해외 유통 및 판매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달 말 반기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SK증권과 현대차증권 등은 증권보고서를 통해 이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은 당장 매출을 올리기보단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자, 빵처럼 신제품이 단기간 나오는 게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적자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만을 할 순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반 상장사의 경우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5년째 이어지면 상장폐지 검토에 들어간다. 하지만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이 같은 퇴출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일례로 2005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벤처사 A사는 2012년까지 영업이익 연속적자를 기록했지만, 단 한번도 관리종목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다. 이후 A사는 2013~2016년까지 임상 비용을 무형자산화하는 회계 기준을 적용하면서,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연구개발비의 비용처리 비중을 대폭 늘렸고, 결국 적자로 되돌아섰다.
이처럼 바이오기업들이 금융감독원의 테마 감리 결과 발표를 앞두고 R&D 금액을 자산에서 비용으로 처리한 부분을 감안하면,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곳도 있는 셈이다.
◆ 바이오株, 고평가 논란 vs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이 때문에 바이오주는 수시로 고평가 논란이 불거져 왔다. 한국 증시에서 바이오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0~60배 사이를 나타내는데 이는 일반 상장사에선 여간해서 보기 힘든 수치다. 반면 미국시장의 경우 PER이 10~15배 정도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코스닥에 투자할 만한 기업들이 그만큼 없거나 시총 상위에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너무 고평가돼있거나 둘 중에 하나”라면서 “지금 주가는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형성된 것이지만, 적자 회사 같은 경우 파이프라인을 실패하면 회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관점에선 전 세계 미래고부가치로 떠오르는 바이오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로 증시에 들어온 기업은 애초에 상장 요건이 안 되는데 올라왔고, 매출이 없으니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바이오 신약 개발 역사가 길지 않아서, 초기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고, 계속 신규 자금이 수혈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현실론을 편다. 이어 “앞으로 인간의 삶에서 가장 각광받을 산업은 의학과 바이오인 만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하고, 이에 맞춰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