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9 출시, 추세 역전 쉽지않을 듯
사업 축소 생산기지 동남아 국가 이전 가속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삼성 선전공장 정리에 이어 톈진(天津) 휴대폰 공장 폐쇄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향후 더 많은 중국 현지 공장이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중국 업계 안팎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갤럭시노트9' 을 중국에 론칭할 예정이어서 급강하 하는 삼성 휴대폰 중국 사업 향방에 관심이 더 해지고 있다.
중국 전자 업계에서는 앞으로 삼성의 중국 현지 공장 철수가 더 큰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자자하다. 현지 업계 소식통들은 삼성이 급격한 판매량 감소에다 인건비 등 기업비용 부담 때문에 연내 톈진 휴대폰 공장을 닫기로 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선전 공장 가동을 멈춘 뒤 320명의 직원에 대한 고용계약 해지 절차를 밟았고 하청업체들도 생산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소비전자 분야에 대한 삼성전자의 중국 철수 행보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삼성관계자는 톈진 공장 철수설에 대해 중국 경제 전문매체인 증권일보에 “아직 한국 삼성 본사로부터 어떤 구체적인 통지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본사 측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삼성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시장 중 하나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사회는 삼성이 중국에서 조금씩 발을 빼거나 사업을 줄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각종 비용상승으로 중국 내 원가경쟁력이 악화한 데다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사업이 곤경에 처한 것이 톈진 공장 등 중국 사업 축소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삼성이 최근 베트남과 인도 등지로 휴대폰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 휴대폰 주요 생산기지인 중국 후이저우(惠州, 광동성)와 톈진 공장 안팎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삼성이 중국 휴대폰 생산에 대한 재편작업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협력사는 삼성이 이미 더 이상 생산주문을 하지 않을 것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비록 톈진 휴대폰 공장 철수 여부는 최종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삼성의 중국 현지 가전 및 휴대폰 사업 분야 인력은 현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의 현지 직원은 지난 2013년 3만5600명에 달했으나 이후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최근 중국 사업에서 취한 일련의 축소 경영 조치들은 당면한 글로벌 실적 부진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휴대폰 판매 1위 기업인 삼성의 지난 2분기 판매량은 동기대비 800만대 줄었다. 점유율도 1.7%포인트 떨어졌다. 삼성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3%, 0.8%로 뚝 떨어졌다.
삼성 휴대폰사업이 중국 시장에서 이처럼 부진에 빠진 것은 경쟁력을 갖춘 중국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의 위협적인 공세 때문이다. 로컬업체들은 삼성과 아이폰의 중국 아성인 중고급 단말기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특히 삼성의 파이를 잠식했다. 로열티 고객이 많은 아이폰 보다 삼성의 타격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업계는 삼성 휴대폰 사업이 중국 시장에서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적으로 곤경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와 인도에서는 각각 중국의 촨인과 샤오미에 의해 추월당했고 동남아 시장에서도 중국 신흥 스마트폰 강호들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시장에서도 지난 6월 기준 화웨이에 1위를 내주면서 충격을 더 해주고 있다. 삼성은 현재 유럽에서 40%의 점유율을 보이지만 화웨이와 OPPO, 샤오미 등의 총공세에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OPPO는 최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최신 제품 발표회를 여는 것으로 삼성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샤오미도 파리 중심가에 ‘샤오미의 집’을 개설하는 등 삼성 안방 시장과 같은 프랑스 시장의 문을 본격 노크하고 나섰다. 삼성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OPPO나 샤오미 등이 유럽 시장 진출은 중국 로컬기업들에게 있어 특허 문제 등 글로벌 영업 장벽이 해소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중국업체들이 글로벌 영업에서 삼성과 대결할 수 있는 발판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기술과 품질이 동질화한 상황에서 삼성이 기존 경쟁우위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이 오는 31일 '갤럭시노트9'를 앞세워 중국 '실지 회복'에 나서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업계가 지적하는 또 한 가지 삼성의 약점은 경쟁사들보다 기업 변신 노력이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삼성은 칩과 액정, 메모리 등에서 여전히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나 OPPO, 애플 등 다른 경쟁사들이 단말기 업체에서 인터넷 IT기업으로 변신하는 단계에 진입한데 비해 삼성은 애석하게도 아직 하드웨어 기업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