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출품 신청작 10편 중 보편성 등 고려해 선정"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제91회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 부문에 출품할 한국영화로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7일 “출품 신청작은 모두 10편이었다. 한국 사회, 역사, 정치적 상황에 기반한 서사를 우수한 기술적 역량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았고 이들 영화가 아카데미 회원들의 선구안을 통과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의견들이 오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감독의 예술적 성취에 대한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고 한국영화의 현 수준을 대표할 만한 작품으로 가장 앞줄에 설 만하며 한국사회의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영역을 해부하는 미학적이고 윤리적인 시선의 성숙도가 세계시민의 보편적 지성과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평가해 ‘버닝’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각각 종수, 혜미, 벤을 연기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
영화는 ‘박하사탕’(2000), ‘밀양’(2007), ‘시’(2010) 등을 통해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관심은 더 높아졌다.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스크린데일리를 비롯해 유력 영화 사이트와 외신에서 최고 평가를 받으면서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졌다. 아쉽게도 경쟁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벌칸상 두 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기세를 몰아 같은 달 17일 국내에서도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칸 반응과는 온도 차가 컸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전개와 난해한 결말, 주연 배우들을 둘러싼 온갖 잡음(유아인은 군 면제, 전종서는 공항 태도, 스티븐 연은 욱일기 논란에 휩싸였다) 등으로 영화는 외면당했고, 52만8155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고 말았다. 손익분기점 250만 관객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였다.
당시 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아직 이 영화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영화적 관습에 많이 벗어나 서 모든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국내 흥행에는 수상 결과도 결정적 영향을 주더라. 새롭고 낯설어도 수상작이면 인정받는데 그게 사라져 버렸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진위는 1963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을 시작으로 매년 한 편의 영화를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 부문에 꾸준히 출품해왔다. 그러나 아직 최종 후보로 지명된 적은 없다. 이 가운데 최종 후보로 선정된 ‘버닝’이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동시에 황금종려상 수상 불발과 국내 흥행 부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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