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업 일자리 수, 1984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증가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밭인 농촌과 소도시를 중심으로 블루칼라 일자리 수가 34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광산업·건설업·제조업 등 생산업 분야에서 7월까지 1년 간 일자리 수가 3.3% 늘어, 1984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오랫동안 미국 경제에서 비중도 작고 축소되는 부문이었던 생산업 일자리가 이제 미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부문 별로 혼재 양상이 나타나, 일자리 증가세가 일부는 경기 흐름을 타고 단기에 그칠 전망인 반면 일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블루칼라 일자리 수가 이처럼 급증한 원인은 감세에 따른 수요 증가, 국제유가 반등, 허리케인 어마와 하비 등 재난 발생 후 건설경기 활성화 등이라고 WP는 분석했다.
농촌과 소도시 일자리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가속화돼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농촌 일자리는 5.1%, 소도시는 5% 각각 증가했다. 대도시의 4.1%보다 높은 것이다.
지난 한 해 미국 전체 생산업 일자리 수는 65만6000개, 서비스업 일자리는 170만개 늘었다. 하지만 생산업 증가세가 가속화된 반면, 서비스업 증가세는 1.3%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시간 포드 공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최근 경제성장이 감세, 규제완화, 보호무역주의 등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의 성과라고 자찬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와 대다수 재계 지도자들은 제조업체들과 블루칼라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경기신뢰도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여파는 제각각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건설업과 제조업에서는 수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하고 광산업 일자리는 수천 개가 늘었으나, 철강과 알루미늄 생산업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금속을 원재료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부문에서는 대규모 감원 예고가 잇따르고 있다.
마크 무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최근 경제 활황은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때부터 시작돼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까지 계속 이어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집권 후 월간 일자리 수 증가세는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집권 때보다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대도시와 디지털 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블루칼라 일자리 수 증가세가 수그러들 것이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 주택 판매가 얼어붙었고, 제조업체들은 무역전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생산업 부문은 석유 및 가스 시추, 기계 제조, 운송설비 제조, 전자기기 제조, 건설업 등에 걸쳐 광범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제조업 생산도 사상최대 부근에 이르렀고, 경기기대감도 사상최고 수준이다.
다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이러한 추세가 역전될 수 있다. 또한 생산업 일자리 수가 경기침체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생산업 고용시장이 경기 추세에 매우 민감한 부문이라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WP는 과거 부진했던 산업이 되살아나면 유권자들의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근의 이러한 추세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몬태나주 유세 연설에서 “이번 선거의 쟁점은 일자리와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WP와 ABC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경제가 ‘매우 좋다’ 또는 ‘좋다’고 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45%에 그쳤다.
또한 여론조사에서는 제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세대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폴 미 제조업연합회(AAM) 회장은 “제조업 일자리가 많아졌지만 제조업을 선호하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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