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2일 유해용·이민걸·김현석 등 잇따라 소환조사
유해용 "검찰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확약서 작성"
이민걸·김현석 "성실히 조사 받겠다"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전·현직 고위 법관들을 잇따라 소환하며 사법부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12일 오후 2시 전직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 변호사(52·사법연수원 19기)를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조사 중이다.
오후 1시 5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한 유 변호사는 '(문건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확약서를 작성하고도 문건을 폐기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확약서는 장시간에 걸친 검사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작성한 것"이라고 전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밝힌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부 법관들을 포함, 주변 인들에게 이른바 '구명 이메일'을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저를 걱정하며 연락을 준 주변 지인들 극소수에게 억울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돼 조사도 받기 전에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호소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출석하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9.12 kilroy023@newspim.com |
같은 날 오전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고 출석한 이민걸(57·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과 김현석(52·20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각각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취지로 짤막한 입장만을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이들 전·현직 고위법관들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특히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유출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또 법원을 떠나면서 '통합진보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비롯해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파일 등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저장하거나 출력된 문서 형식으로 가지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현석 연구관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2016년 6월 당시 수석재판연구관이던 유 변호사에게 해당 문건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실장의 경우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면서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 등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이를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 등을 외교부와 협의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도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축소시키거나 모임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법관들의 소모임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데 관여한 혐의와 당시 행정처가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소환조사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을 조사하는 동시에 각 전·현직 고위법관들이 관여된 의혹에 대해 구체적 사실관계와 함께 해당 사안 발생 경위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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