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시설 갖춘 8개 병원, 장애친화 기관 지정
장애인정책종합계획따라 2021년까지 100개소로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 여성지체장애인 A씨는 임신 후 검사를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몸무게를 재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가야 했지만 휠체어에 탄 채로 체중을 잴 수 있는 시설이 없어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가 체중계에 걸터앉아 측정했기 때문이다.
# 시각장애인 C씨는 간호사가 안내하며 동행해준 덕분에 건강검진을 무리없이 받았다. 하지만 10여일 뒤 검진결과가 담긴 통지서가 집에 도착했지만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친구한테 읽어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그리고 친구한테는 내 개인적 정보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 부탁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하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보조인력과 시설·장비 등을 갖춘 8개 병원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했다고 7일 밝혔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라 2021년까지 100개소까지 확대 지정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복지부는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 사업에 참여했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선정 평가를 진행했다.
선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정기준 충족여부,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편의시설 설치기준 충족여부 등 지정기준 적합성 확인과 선정심사위원회 종합평가를 거쳐, 8개 의료기관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 기관은 서울 서울의료원 , 대전 대청병원, 경기 경기도의료원수원병원, 강원 원주의료원, 경북 안동의료원, 경남 마산의료원과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제주 제주중앙병원 등이다. 기관에는 1~3급 중증장애인 검진비용 장애인안전편의관리비 추가 지원과 장애특화 장비비, 탈의실 등 시설개보수비가 지원된다.
건강검진은 질병 조기발견뿐만 아니라 질병예방과 질병관리를 통한 합병증 예방이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그동안 장애인은 전문 의료서비스와 더불어 예방 의료서비스인 국가건강검진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해 중증장애인 수검률 61.7%은 전체 인구 78.5%보다 16.8%포인트(p) 낮았다.
'장애인건강권법'을 근거로 마련된 장애친화 건강검진서비스에 따르면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장애유형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당사자가 직접 요청하는 사전 체크리스트, 문진표, 장애유형별 수검자용 안내서 등을 구비해야한다.
아울러,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을 재점검한 국가검진기관에 보조인력(수어통역사)을 배치하고, 유니버설 검진 의료장비와 장애특화 탈의실 설치 등 물리적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휠체어 장애인이나 신체 변형이 일어난 장애인뿐 아니라, 서있기 힘든 응급환자나 노인도 유용하고 편리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검진기관 인력 대상 교육을 통해, 의사소통과정에서의 심리적 접근성을 높혀야 한다.
이에, 복지부는 지정된 건강검진기관별로 시설개보수와 검진의료장비 구매 등이 완비되면 순차적으로 시행하며, 시행일은 복지부와 관할 시·도의 홈페이지와 장애인단체를 통해 별도 홍보할 예정이다.
이상진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기존 장애로 인한 2차적 질병예방과 장애특성에 따른 검진항목 개발을 위해 지체, 뇌병변 장애인 맞춤형 건강검진 항목개발과 적용방안 연구를 지난 8월부터 진행 중"이라며 "우리가 한순간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거나 나이 들어 노인이 되더라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장애 구분없이 보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 중심 보건의료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