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 종영인터뷰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검사부터 아나운서, 이제 의사까지. '팔색조' 배우 서지혜가 온갖 전문직 연기를 섭렵했다. 이번엔 진짜로 현실에 있을 법한 의사로 또 하나의 도전을 마쳤다.
서지혜는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갖고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를 무사히 마친 소감을 털어놨다. 누구보다 리얼리티가 넘치는 드라마를 향해 엄기준, 고수 등 동료들과 고민해온 촬영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현장에서 엄기준 선배가 밥을 사시고, 고수 오빠가 커피를 샀어요. 저는 초콜릿 같은 작은 간식거리들을 담당했죠. 수술신이 많아서 항상 여럿이 합을 맞추다보니 다들 서로 어떻게 치고, 받아줄 지 상의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끈끈해졌죠. 굉장히 바빠서 사실 시청률이나 반응이 어땠는지 볼 시간도 많이 없을 정도였어요."
벌써 데뷔 15년차를 맞은 서지혜는 많은 작품들로 대중과 만났지만 차갑고 도도한, 도시적인 분위기의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오죽하면 '짝사랑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이번 드라마 '흉부외과'는 일명 의사들이 연애하는 드라마가 아닌 탓에 멜로 라인 자체가 없었다.
"그동안은 짝사랑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흑기사' 할 때도 누군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싶긴 했어요. 다음 작품에선 좀 사랑받아야지 했는데, 웬걸 이번에는 아예 멜로가 없었죠. 특히 엄기준 오빠가 저를 무시하는 신이 많이 나왔어요. 그게 너무 상처가 되더라구요. 눈길도 안주셔서 '한번만 쳐다봐주시면 안돼요?' 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그럼에도 서지혜는 로맨스가 없어 아쉽지는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안그래도 의드(의학 드라마) 한다니까 멜로 있어? 하고 묻더라"면서 의외로 인간애나 환자의 가슴 아픈 에피소드, 의사들의 리얼한 현실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줬다고 고백했다.
"사실 저희 드라마에선 오히려 로맨스가 없어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그래서 더 완성도가 살았다고 생각해요. 친구들도 의드에 멜로가 없다니까 '오 좋아' 하더라고요. 여기서까지 남녀 간의 사랑을 기대하기보다, 환자의 사연이나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은 분들이 많았고 조금 의외였어요. 약간 아쉬운 부분은 의사들의 아픔이 많이 그려지지 못했다는 거? 수술 장면과 환자들의 상황에 비해서 분량이 적었죠. 생각보다 극한 직업이라는 의사들의 고충을 많이 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요."
약간의 아쉬움을 얘기하며, 서지혜는 특별히 흉부외과 의사들의 고충에 공감하며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그는 "흉부외과에 선생님들이 많이 부족하다더라"면서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얘기했다. 시청률 공약으로 내걸었던 배우들의 기부도 그런 의미에서 진행됐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개인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서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보니까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쁘시고, 환자가 막 몰려드니까요. 앞으로 흉부외과에 지원을 좀 더 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홍보대사를 하겠다고 필요하시면 불러달라고 할 정도였죠. 그래서 시청률과 상관없이 배우들이 작게나마 기부를 하게 됐어요. 큰 돈은 아니지만 모아 모아서 참여했죠. 그동안 몰랐던 부분도 많았고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좋은 일을 할 기회를 만나 제가 더 감사하더라고요."
올해 '흑기사'와 영화 '창궐', '흉부외과'까지 바쁘게 달려온 서지혜. 35세라는 현재 그의 나이를 스스로 '결혼 적령기'라고 표현했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향후 2~3년간은 일에 더 중점을 두고 배우로서 좀 더 단단히 입지를 다지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차기작은 최대한 빠르게 하려고요. 내년 쯤에 다시 찾아뵐 것 같아요. 좀 더 공격적으로 일을 해보고 싶어요. 결혼할 나이는 됐지만 전혀 준비가 안돼 있거든요. 결혼 생각이 없는 이유는 상대가 없어서죠.(웃음) 예전에 빨리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는데 하고자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서 많이 내려놨어요. 요즘은 무조건 빨리 하는게 좋은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결혼하면 책임질 게 많아지는데 혼자일 때 일이나, 더 할 수 있는 걸 더 잘해내고 싶어요."
전작 '흑기사'에서는 총 20회 동안 100벌이 넘는 의상을 갈아입고,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캐릭터를 연기한 덕에 매번 '서지혜 존예(매우 예쁘다는 뜻을 표현한 비속어)'라는 댓글이 댓글창에 가득했다. 이번 '흉부외과'에서는 예쁜 캐릭터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번 드라마로 확실히 얻은 게 있었다. 바로 다음 도전을 향한 자신감이다.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죠. 스스로는 잘 생겼다고 생각해요. 하하. 아기자기하게 예쁜 얼굴은 아니어서요. 이번엔 헤어를 아예 안하고 가서 모자, 마스크 쓰고 하루종일 수술신만 촬영한 날도 많았어요. 의드를 하면서 부담이 정말 컸지만, '언젠가 이것도 할 거니까 매를 먼저 맞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다음 번에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확실히 생긴 것 같아요."
주연을 안한 것도 아닌데, 이제는 '짝사랑 전문'이라는 억울한 수식어를 좀 떼고 싶다는 서지혜. 그는 "무려 다섯 작품 연속으로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사랑만 했다"면서 웃었다. 동시에 전문직을 모두 섭렵한 것 같아도 "아직도 할 직업이 많다"고 연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새 소속사 문화창고와 계약도 했겠다, 그는 5년 안에 좀 더 단단히 입지를 다지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제는 그의 새 도전과 변화를 기분좋게 지켜볼 때다.
"그냥 작은 희망사항이 있다면, 좀 말랑한 작품을 만나고 싶기는 해요. 무조건 사랑을 받겠다는 건 아니지만 한 다섯명 정도가 저를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펀치' 때부터 한 다섯 작품 연속으로 짝사랑 캐릭터였거든요. 앞으론 몸 쓰는 것도 해보고 싶고, 안해본 역이 너무 많네요. 아줌마도 해보고 싶고, 코믹 연기를 정말 좋아해서 '순풍 산부인과'나 '하이킥' 같은 시트콤도 너무 해보고 싶어요. 예뻐 보여야 한다, 주인공을 해야 한다는 욕심은 아주 예전에 내려놨거든요. 작품, 캐릭터, 그리고 내가 잘 해낼 수 있다는 게 사실은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jyyang@newspim.com [사진=문화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