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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횡령‧절도, 비리 온상 된 북한軍…“식량 사정 너무 나빠서”

기사입력 : 2018년11월23일 15:13

최종수정 : 2018년11월23일 15:14

北, 연일 자력갱생 강조…군대 등 국가기관에도 지침 하달
軍, 가뭄 등으로 식량난 겪어…사기‧횡령 등으로 군 물자 조달
군‧주민 간 갈등 심화…일부 주민 “군 사정 열악한데…” 동정론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군이 당국의 ‘자력갱생’ 기조에 맞춰 자체적으로 물자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사기, 뇌물수수, 횡령 등 각종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보도했다.

RFA는 이날 “최근 북한의 군부대들이 사업 투자 명목이나 기업소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투자금을 받은 뒤 계약을 해지하고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아 군·주민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이는 군 부대들이 자체적으로 부대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삭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금광을 함께 개발하자" 제안한 뒤 투자 받고 모른체...당국에 피해신고 잇따라

RFA에 따르면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20일 “8군단 산하 어느 부대는 돈주(북한의 신흥 부유층)에게 접근해 ‘함께 금광을 개발하자’고 하고 투자금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여러 돈주에게 접근해서 이런 제안을 했다”며 “실제로 금광 개발도 되지 않고 투자금을 떼이는 일만 있어서 당국에 피해자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기업소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군부대가 ‘대신 해결해주겠다’고 나서서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각종 비리 행위는 군이 자체적으로 식량·땔감 등을 조달해야 하는 당국의 ‘자력갱생’ 지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소식통은 “요새 군부대들이 부대 운영비를 벌려고 사기행각을 벌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군 간부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통에 이로 인한 민간 장사꾼들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주민들은 ‘군대가 나라를 잘 지켜야지 인민들 상대로 사기나 치고 있느냐’며 불만을 품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군 부대를 지원해야 이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4.27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26일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18.04.26

◆밀수‧불법 대포폰‧뇌물 수수‧횡령‧절도 등…연일 터져 나오는 북한 軍 비리 행위
   현지 소식통 “가뭄 등 이유로 군 식량 사정 좋지 않아”
   北 주민 불만 높아져…일부 주민들은 “오죽하면 그러겠나” 동정론도

북한 내부의 여러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군의 비리는 비단 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밀수, 대포폰 사용, 뇌물 수수, 횡령, 절도 등 종류도 다양하다.

RFA는 지난 10월 평안북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군 간부들 가운데 장사를 하기 위해 대포폰을 개통해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군대 내 군인들의 손전화(휴대폰) 사용은 금지돼 있고 소지 자체가 불법”이라면서도 “군부대 지휘관들이 하사관들에게 장사를 이유로 손전화 사용을 허용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평안북도 염주군 룡산리에는 8군단이 있는데, 이 곳 소속 군관들과 병사들은 대포폰을 이용해 국경 밀무역까지 한다”며 “대포폰으로 실시간 시세를 점검하는 한편 판매처를 알아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저명한 대북 전문가인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는 지난 10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국경에서는 경비대 군인이 개인들의 밀수를 묵인해주는 대신 뇌물을 받아 챙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또 “북한의 국경 수비대 군인들은 뇌물을 통해 괜찮은 수입을 얻어왔는데 밀수 통제가 강화되면서 생활고에 빠진 군인들이 늘어났다”며 “심지어 지난 9월에는 국경 수비대의 한 하사관이 트럭으로 운반 중이던 밀수품을 훔치려다 트럭에서 떨어져 추락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중에도 평안만도 양덕군에 있는 온천 지구를 시찰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자급자족에 시달리는 북한군...北 주민들 "오죽하면~" 동정론도 확산

RFA는 지난 7월 북한군 간부들의 군수물자 횡령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9군단 산하 모 부대에서 군인들이 부대 건설에 쓰려고 들여온 자재들을 훔쳐내 인근지역 장사꾼들에게 팔아넘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단속하기도 어려워 부대 지휘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해당 부대에 ‘횡령죄는 엄중 처벌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왔지만 오히려 일부 군관들이 사병들과 짜고 보급물자 횡령에 앞장서고 있다”며 “주민들이 ‘한심하다’고 혀를 차고 있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군에 대한 비난여론 못지않게 동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고 일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군의 열악한 사정을 안타까워하는 주민들도 많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군인들이 건설 자재를 훔쳐 돈이나 음식과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열악한 군 생활환경 때문”이라며 “당국이 군인들의 기본적 생활여건을 개선해주지 않는 한 보급물자 횡령 범죄를 근절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일반 병사도 아니고 군 간부까지 밀수품 절도를 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들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그러면서 “지난 여름 폭염으로 곡물 수확량이 감소한 데 이어 당국이 군을 비롯한 국가기관에 ‘자력갱생’까지 강조하고 나선 탓에 북한군 식량 사정이 매우 좋지 못하다”며 “이런 이유로 주민들 사이에서 군에 대한 동정론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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