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정보 유출 이후 임직원에게 '보안서약서' 작성 지시
"'정보보호활동'에 대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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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본인은 바디프랜드를 상대로 주장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합니다."
공익제보자 색출 논란이 불거졌던 바디프랜드가 임직원에게 부당한 내용이 담긴 보안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약서에는 임직원들이 예고없는 핸드폰·PC 검사를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회사를 정보보호 활동과 그 조치로 발생하는 모든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면책하는 등 "회사 측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항도 담겨있다.
4일 뉴스핌이 입수한 바디프랜드 내부자료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잇단 언론 유출로 논란이 불거진 지난 8월경 직원들에게 보안 서약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디프랜드의 보안 서약서는 12개 조항으로 이뤄졌으며, 내부 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 정보보호 활동이면 모든 것이 면책?
보안서약서의 '9번 정보보호 활동 및 조치' 조항에는 회사 측이 임직원들의 개인 통신기기나 이메일 계정 등에 대해 불시 검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9번 조항 끝부분에는 "위 검사 결과를 민·형사 소송을 위해 공개할 수 있고, 임직원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12번 소셜미디어의 이용' 조항 마지막 부분에는 회사는 '정보보호 활동'으로 통칭하는 행동에 대한 민·형사·행정 책임이 면책되고 임직원은 그에 관해 주장할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회사가 정보 보호 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행하는 조치에 직원은 아무런 권리도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회사의 보안 활동으로 근로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라며 "정보보호 활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회사의 모든 행동이 무조건 면책되고, 근로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권리 포기약정은 법적으로도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미지=바디프랜드] |
◆ 끊이지 않는 내부 잡음... 무엇이 문제인가
바디프랜드의 이번 논란은 지난 6월 시작됐다. 당시 일부 언론 매체에서 바디프랜드가 임직원들의 건강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건강증진 프로그램 참여를 강요하는 등의 부조리를 일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진 8월에는 바디프랜드가 사내 제보자 11명에 대해 징계를 내려, 언론 제보자 색출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당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이사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일부 몰상식한 직원들의 허위사실 유포로 11년간 쌓아온 회사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 언론 공익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사측은 그렇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보안 서약서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바디프랜드 측은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는 보안서약서가 실제 존재한 것이 드러나면서, 바디프랜드의 해명도 다시 이뤄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 공익 제보자를 색출하는 것은 물론, 제보자에 대한 어떠한 징계도 허용되는 조항을 신설한 서약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 측은 "기술·디자인 정보의 유출 사례가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재발을 방지하고자 했다"며 "어렵게 일구고 키워온 시장을 지키고, 내부 직원들에게 보안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했던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