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프랑스 전역에서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조끼' 시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 전반에 반대하는 쪽으로 확산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이미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 계획을 폐기하는 등 대중의 분노에 백기를 들었다.
시위대의 요구 사항이 부유세 부활, 최저임금 인상, 연금개혁 폐기, 심지어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으로까지 확대하는 가운데 프랑스의 개혁 논의가 또 다시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면서 그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주장헀다.
8일(현지시각)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의 네 번째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 프랑스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코노미스트 최신호(8일자)는 최근 노란조끼 시위대는 정부가 모든 것을 양보하지 않으면, 마크롱 대통령은 퇴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상 추진 폐지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멈추지 않고 부유세 복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에 따라 연금 시스템 개혁 등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계획들이 위기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매체는 지난달 17일 시작된 노란조끼 시위의 일부가 이제는 자본주의의 전복을 원하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납치'됐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상 계획 포기 등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유턴'이 포퓰리스트들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세 공약을 내걸어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탈리아에서는 연금 수령 연령 인하와 감세를 공약한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정부 구성에 성공했듯, 프랑스에서도 이같은 포퓰리스트 어젠다가 정권 유지의 정답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어젠다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그가 자신의 정책 우선 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대중들에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노동 정책과 관련, 실업 수당을 제공하기보다 저임금 근로자에게 적절한 임금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저임금자의 근로 의욕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물론 이같은 제도가 프랑스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기는 하나, 규모가 너무 작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이 이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부유세 폐지와 병행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로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성과 홍보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가 나왔다. 청년의 장기 고용 가능성을 키우는 견습 제도 개혁 등은 프랑스의 실업률을 9.1%로 0.5%포인트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등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스스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국민들이 '냉철한' 대통령을 원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충고다.
이에 대해 매체는 애주가이자 애연가 이미지를 풍겼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근래에 가장 인기 있었던 프랑스 대통령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취임 후부터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고수해왔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불통'의 아이콘이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를 개혁하는 데는 초인적인 힘이 필요치 않다"면서 "단지, 인내와 설득, 겸손, 인간적인 힘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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