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정부가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를 더욱 옥죄기로 했다. 복합쇼핑몰 출점 절차가 더욱 어려워지고 이중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부진에 허덕이는 국내 유통산업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복합쇼핑몰의 입지·영업제한과 상권영향평가 대상업종 확대를 골자로 하는 규제 패키지 법안이다.
우선 복합쇼핑몰의 입지 제한 가능지역을 확대키로 했다. 개정안에서는 현행 전통상업보존구역과 일반구역으로 나뉜 것을 상업보호구역, 상업진흥구역, 일반구역으로 세분화한다.
기존 전통상업보존구역은 상업보호구역으로 명명하고 상업진흥구역을 신설했다. 상업보호구역은 대규모 점포의 입지 제한 구역을 ‘전통시장+상점가 1km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복합쇼핑몰의 월 2회 의무휴업도 추진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복합쇼핑몰 역시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일요일에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한다.
이는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와 달리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 비중이 높다. 신세계 스타필드의 경우 전체 입점 매장의 약 70%가 중소기업과 개인 자영업자 매장이다. 이번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 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은 평균 5.1% 감소할 전망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자영업자와 함께 만든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핌] |
상권영향평가 대상 업종도 확대된다. 개정안에서는 상권영향평가의 대상으로 대규모점포에 입점이 계획된 업종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의 관련 법령 해석을 변경한 것에 따른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대규모점포를 개설하거나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준대규모점포를 개설하려는 자는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첨부하여 개설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준대규모점포의 경우 기존에 문을 연 대규모점포 내에 입점할 경우 따로 상권영향평가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영업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존 대규모점포 내에 들어서는 준대규모점포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례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경우 쇼핑몰 내에 입점하는 이마트 전문점 등의 준대규모점포들도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 등 별도의 등록 절차을 거쳐야 문을 열 수 있게된 셈이다.
또한 지역협력계획서를 작성할 때 인접 지자체 의견도 수렴해, 인접 지자체에서 복합쇼핑몰 출점 또는 의무휴업을 요구하면 규제를 검토하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법 개정 전이라도 하위법령을 통해 규제 강화를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상권영향평가서에는 지역경제, 고용 등에 미치는 긍정·부정적 영향에 대한 평가항목 세분화 등 작성기준・방법을 보완하기로 했다.
또 복합쇼핑몰 착공을 위한 교통영향평가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대규모 교통 유발 건축물의 경우 건축위원회와 분리해 교통영향평가 심의・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건축위원회에서 교통영향평가를 심의하던 것을 교통전문가로 구성된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대규모 점포 개설을 앞두고 유통법에 따라 상생협의를 거쳤지만 이후 상생법에 의해 출점이 중단되는 이중규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행법에서는 대규모 점포 개설 인허가를 받아도, 지역 상인단체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이에 따른 상생안을 또 협의해야 한다.
스타필드하남[사진=신세계] |
협의가 안 되면 지역자치단체나 중기부가 영업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다. 사업조정제도에 발이 묶인 사례는 롯데몰 군산점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개점한 롯데몰 군산점은 개점 나흘 만에 영업 일시중지 권고를 받았다. 이미 지역상인들과 협의해 상생기금도 조성했지만, 상생법에 의해 다시 발목이 잡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위해 사업조정 신청 대상을 지금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지역 내 중소기업단체 사업조정 신청이 원칙이며, 단체가 없는 경우에만 피해지역의 동일업종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중소기업단체가 사업조정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지역내 동일업종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유통업체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가뜩이나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복합쇼핑몰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활로를 모색했지만, 상생을 내세운 규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산업은 위기다. 대형마트 매출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역성장했고, 국내 백화점시장은 2012년 이후 5년 연속 매출이 29조원대에 머물며 성장이 멈춘 상태다. 사업 실적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8∼10%에 달했던 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현재 3∼5%대로 반토막 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변화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며 활로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는 더욱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이 같은 규제가 시행되면 유통산업의 성장동력은 갈수록 침하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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