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김영철 만난 뒤 백악관 발표
정상회담 개최 합의 불구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 여지 남겨
[워싱턴=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말쯤 열리며 북한에 대한 제재는 계속 유지된다고 백악관이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에 1시간 30분 동안 비핵화와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북한 특사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 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지는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회담이 생산적이었고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미국은 대화를 계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덜레스 공항을 통해 워싱턴DC에 입성한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터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숨 가뿐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자신의 숙소인 워싱턴DC 듀폰서클호텔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45분간 회담을 가진 뒤 백악관으로 이동, 낮 12시 15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 부위원장은 1시간 30분 동안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와 폼페이오 장관과 늦은 오찬을 가졌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핌] 김민정 기자 = 18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2019.1.18. |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담과 백악관 예방이후 오찬 회동을 이어가며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와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김 부위원장이 묵고있는 호텔에 도착, 호텔 안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등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실무 책임자들도 동행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 대표단을 만나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좋은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예방을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 2월 말 개최’라는 합의가 나온 것은 분명한 성과이자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라는 총론에는 흔쾌히 공감대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과 방법, 이에 따른 상응 조치라는 각론에는 아직 이견을 남겨둔 것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이 이날 정상회담 개최 장소는 ‘추후 발표’로 미뤄두고, 대북 제재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힌 것이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과 국제사회의 엄정한 사찰을 위한 핵과 미사일 관련 목록 제출 등을 압박해왔다. 이에 맞서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등을 통해 자신들의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 제재 해제와 주한미군의 군사훈련 중단 등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이날 백악관의 발표는 트럼프 정부가 아직 안심하고 대북 제재 해제에 나서거나, 2차 북미회담 개최를 확약할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북미는 앞으로 구체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상응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협상에 치중할 전망이다.
이와관련, 로이터 통신 등 일부 외신들은 전날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현지에서 비건 특별대표 등과 회담을 갖는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9일쯤 비건 특별대표가 스웨덴에서 최 부상과 만나 구체적인 실무 협의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협상이라는 숙제를 안고 평양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