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노영민 실장님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맡아 산업계와 교류를 많이 해본 경험도 있으니 경제 분야에서도 역할을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는 건 정책실장뿐 아니라 비서실장도 해야 할 일입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한 말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경제인을 많이 만나라"는 주문이 담겨있다. 노 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날 노 실장은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해 중소기업 대표 40여명을 만나 1시간여 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노 실장은 자신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것을 언급하며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호소하며, 탄력근무제 시행 등을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실세로 꼽히는 노 실장의 이번 중기중앙회 방문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반길 일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청와대 신년회를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한 데 이어 노 비서실장까지 취임 직후 중소기업을 찾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음 달 28일 제26대 신임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36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부총리급 경제단체장'이 되기 위한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지금 중기중앙회는 내홍을 앓고 있다. 어느 후보의 선거 참모는 불법 선거 문자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고, 서울성동경찰서도 이 인물을 금품 살포 혐의로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노 실장의 중기중앙회 방문의 좋은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방문 이후 업계에 돌고 있는 선거 개입설은 전형적인 음모론이라고 치부하더라도, 괜한 오해로 인해 가뜩이나 혼탁한 선거전에 또다른 불씨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노 실장은 과거 금강전기라는 중소기업을 설립해 10여년간 경영한 경험이 있다. 또, 의정활동 12년 가운데 10년을 산업중소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평소 같으면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크게 반길 노 실장과 중기의 접점이 예민한 시점이어서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머리의 갓을 고쳐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군자행>의 경구를 되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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