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기자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7일 NHK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된 곤 전 회장은 전날 108일만에 보석 석방됐다. 곤 전 회장 측은 그 동안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만큼 회견을 통해 닛산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NHK는 "곤 전 회장이 닛산 경영진의 대응을 어떻게 언급할지 관건"이라고 했다.
앞서 도쿄지방재판소(법원)은 5일 곤 전 회장 측이 낸 보석신청을 허가했다. 보석금은 합계 1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유가증권보고서 허위기재)혐의가 2억엔, 회사법 위반(특별배임)혐의가 8억엔이다.
닛산 측은 곤 전 회장 석방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広人) 닛산 사장도 6일 밤 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보석 석방에 대해 "상정 범위 내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곤 전 회장이 기자회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그쪽의 자유"라고 말했다.
현재 닛산 측은 곤 전 회장의 부정과 관련된 사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의 누나가 업무실적이 없음에도 닛산과 컨설턴트 계약으로 보수를 받은 혐의도 사내조사를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 측은 이르면 이번달 내에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카와 사장 역시 "가능한 것부터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NHK는 "닛산 측은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쌍방의 주장이 주목된다"고 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6일 도쿄구치소에서 나오는 모습. 가운데 주황색 작업조끼를 입고 파란모자와 마스크를 쓴 인물이 곤 전 회장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마스크에 모자, 작업복…변장은 왜?
곤 전 회장은 6일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 모자를 쓰는 등 변장을 한 모습으로 구치소를 나왔다. 이에 변장을 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석방 당시 도쿄구치소 앞에는 200명이 넘는 보도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4시 17분 경 곤 전 회장 측 변호인이 승합차를 구치소 정면 현관에 세우고 건물 안에 들어가, 12분 뒤 캐리어 등의 짐을 들고 나와 차량에 실었다.
2분 뒤 현관에서 10명 정도 되는 구치소 직원들이 나왔다. 그 사이에 파란색 모자와 오렌지색 반사선이 달린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있었다. 이들은 변호인이 짐을 실은 승합차를 지나쳤고, 대신 전방에 세워둔 경승합차에 탔다.
해당 경승합차에는 사이타마(埼玉)현에 위치한 도장회사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고, 도장도구로 채워져있었다. 경승합차가 출발할 때도 변호인이 짐을 실었던 승합차는 현관에 정차한 상태였다. 변호인도 현관 부근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경승합차 뒷좌석에 앉은 남성의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곤 전 회장의 특징적인 굵은 눈썹이 엿보이자 일본 보도진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이후 경승합차가 구치소 부지 내를 돌아 차도로 나가려 하자 사진 기자들이 일제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구치소를 출발한 경승합차는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변호사 사무소에 도착했다. 경승합차에서는 작업복에서 짙은 회색 코트로 갈아입은 곤 전 회장이 나왔다. 사무소에 들어간 뒤에도 곤 전 회장은 보도진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신문은 법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경승합차와 곤 전 회장이 입은 의복들은 모두 변호인 측이 준비한 것"이라며 "변장한 모습으로 보석 석방한다는 건 들어본 적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승합차에 적혀있던 도장회사 관계자도 "곤 전 회장은 관계도 없고 아는 사이도 아니다"며 "손님을 통해 알음알음 연결된 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이 쓴 파란색 모자에는 사이타마현의 철도차량정비회사 명이 적혀있었는데, 해당 회사 역시 "닛산과는 거래가 없고 이번 건도 관계가 없다"고 했다.
곤 전 회장 측은 보도진을 피하기 위해 변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아사히신문 취재에 "언론에 쫓기지 않도록 준비했다"면서도 "확실하게 속이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 닛산 관계자는 "켕기는 일이 없다면 변장같은 건 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오길 바랐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