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 위해 '총력'
한진칼, 승기 잡아...석태수 대표 연임·정관변경 '주목'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한진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운명의 한주'가 시작됐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그룹의 모태인 한진, 지주사인 한진칼 등은 이번 주 잇따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 선임 등을 포함한 주요 안건들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대한항공 주총에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한진칼은 석태수 대표의 재선임과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변경 등이 관전 포인트다. 현재 조 회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찬반 양측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고자 주주들을 상대로 위임장을 모으고 있으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앞다퉈 찬반 권고를 내놓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 DB] |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는 27일과 29일 오전 각각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양사의 주총은 사내이사 재선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돼 주주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우선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지난 17일 임기가 만료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이사직 연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정관상 이사 선임은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여서 표 대결 승리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는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으로 전체 지분의 33.35%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11.56%, 우리사주조합 2.14%, 기타 52.95% 등이다. 만약 주총에 주주 80% 가량이 참석한다면, 조 회장 측은 대략 20% 가량의 우군을 추가로 확보해야 연임이 확실시 된다. 문제는 예년과 달리 올해 대한항공 주총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뜨거워 참석 주주 수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손을 잡거나 기권을 택한다면 무난히 연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반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대한항공에 대해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을 최대한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25일 의결권 행사 방향을 최종 결정한다.
다만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조 회장이 재선임에 성공한 선례는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2016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 '과도한 겸직'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 회장 측과의 표 대결에서 밀려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이를 의식한 듯 조 회장은 이달 초 겸직하고 있던 9개 계열사 중 한진칼과 한진, 대한항공 등 3개사를 제외하곤 모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현재 찬반 양측은 조 회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벌어질 표 대결에 대비, 치열하게 '내 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대한항공은 우리사주를 보유한 내부 직원들은 물론, 일반 소액 주주들을 상대로 찬성이 표기된 위임장 작성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 일부 노조와 참여연대, 민변 등은 조 회장의 연임 저지를 위한 위임장을 모으고 있다.
29일 한진칼 주총은 일단 한진칼 쪽으로 승기가 기운 모습이다. 법원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의 주주제안권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들이 제안한 감사·사외이사 선임 등 총 7건을 주총 안건에서 모두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태수 대표이사의 연임안과 국민연금의 이사 자격 정관변경 안건은 아직 남아있다. 특히 석 대표 재선임에 대해선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KCGS는 석 대표 연임에 찬성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한 정관변경 건도 남아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경영참여' 주주권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행사키로 결정,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 그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이같이 정관이 변경될 경우 현재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 상태인 조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한진칼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은 사실상 통과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평이다. 정관변경이 발행주식의 과반수 출석에 출석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여서다. 현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28.9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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