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암 진단금 기존 대비 10배 높인 수천만원
금감원, 조사 위해 보험사에 상품자료 요청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치매보험 과열 경쟁이 이번엔 암보험으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최근 기존 200만원 내외를 보장했던 유사암(갑상선암, 경계성종양 등) 보장금액을 10배 이상 높여 2000만원 이상을 보장하는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유사암 경쟁은 업계 1위인 삼성생명·화재가 주도하는 상황으로 치매보험보다도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암보험 상품자료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치매보험과 같은 리스크가 없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암보험을 개정하면서 그간 일반암의 10% 내외만 보장했던 유사암 진단금을 최대 2000만원 보장하도록 변경했다. 가령 일반암 진단금을 2000만원으로 설정하면 갑상선암·경계성종양 등 유사암도 2000만원까지 보장한다. 삼성화재도 유사암 진단금도 최대 2000만원까지 높여 상품을 개정했다.
삼성생명·화재 이외에도 최근 NH농협생명·흥국생명·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 등도 유사암 확진 판정시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
그간 암보험은 일반암을 중심으로 보장금액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가령 일반암 보장금액이 2000만원이면 고액암은 일반암의 2배인 4000만원, 유사암은 일반암의 10%·20%인 200만원·400만원 등이다.
이처럼 암종을 구분해 진단금을 차등화한 것은 보험료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손해율을 안정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노출도가 많지만 치료비가 적은 유사암 확진시 지급하는 보험금을 줄여 고객도 보험사도 만족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다만 이번 개정에서 삼성생명 등은 유사암 최대 보장금액을 일반암과 1:1 설계가 가능토록 변경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업셀링(upselling: 기가입고객에게 추가 상품 가입 유도)을 위한 개정으로 보고 있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저금리로 저축성보험 판매가 어려워진데다 보장성보험 시장까지 포화됐다. 보험 신규가입자를 찾기 어려워진 것. 이에 기존 암보험 가입자에게 다시 접근, 유사암 진단금을 이번 기회에 높이라고 권하는 판매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암보험 개정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 및 금감원 시각이다. 특히 중소형사가 아닌 업계 1위사의 공격적 행보라는 점에서 향후 판매 과열 경쟁은 더 심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주 초 보험사에 개정한 암보험과 관련 상품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올해 초 치매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됐던 것은 그간 보장하지 않았던 경증치매까지 고액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한 탓이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끌자 후발 주자들은 보장금액을 더 높인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보험사들이 상품을 개정하면서 유사암보험 진단금을 대폭 높인 것을 확인하고 세부 자료를 요구했다”며 “치매보험과 달리 보험금 분쟁 리스크는 적지만 손해율이 높은 담보를 고액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보험사의 건전성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품구조상 유사암보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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