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동방신기와 JYJ 출신 대표 한류 아이콘 박유천에게 마약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높은 로열티를 자랑하던 일본 팬덤도 붕괴할 조짐이다. 여전히 그를 옹호하는 팬도 있지만 실망을 넘어 '탈덕'을 선언하는 현지 팬도 속출하고 있다.
박유천은 지난 4월 초 마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와 함께 마약을 한 연예인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아온 끝에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경찰은 지난 23일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에 따라 다리털에서 필로폰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그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유천은 그간 국내에서 무혐의를 받은 성폭행 피소 사건 등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달랐다. 일본 팬덤 특유의 높은 충성도는 이번 마약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다수 일본 팬들은 사건 초기 직접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결백을 주장했던 그를 믿었다. 하지만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원=뉴스핌] 윤창빈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와 함께 마약 투여 혐의를 받는 가수 박유천이 17일 오전 수원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04.17 pangbin@newspim.com |
◆ 원조 한류 아이콘 동방신기·JYJ 멤버→마약사범 몰락 위기 '팬덤 패닉'
박유천은 동방신기 멤버로 일본에서 두터운 팬덤을 자랑했던 대표 한류 아이콘이다. 심지어 일본 여배우 타케이 에미를 비롯해 여러 유명인들조차 동방신기의 음악을 들으며 한류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로 동방신기의 일본 내 위상은 대단했다. 이같은 팬덤의 사랑은 JYJ로, 또 박유천 솔로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016년 불거진 성폭행 피소 때도 박유천을 지지하는 팬덤은 충격에 빠졌을 지언정 견고했다. 그 덕에 최종 무혐의 판결 후 그는 조심스레 활동 재개를 타진해왔다.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단독 팬미팅을 열고 팬들과 만났지만 또 다시 마약 사건에 연루됐다. 완강히 혐의를 부인했던 기자회견 당시부터, 23일 박유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되고, 국과수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이후 팬덤은 패닉에 빠졌다. 그럼에도 국내의 비난 일색인 여론과 달리, 일본에서는 놀랍게도 아직은 그의 혐의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사진=트위터 캡처] |
한 일본 트위터 사용자는 "현재 우울증약 복용 중으로 황하나가 먹는 약이랑 다르다. 틀린 기사를 올리지마라. 그를 믿는다. 공식발표를 기다린다"고 적는가 하면, 한 팬은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양성반응이면 즉시 체포되었을 것, -박유천은 MBC 고소한 상태, -변호사는 동영상에 대해 설명가능한 상태, -(마약검사) 결과 나오는 건 3주 걸림. MBC가 뻥치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마약 안했으면 기자회견을 할 리가 없잖아"라며 여전히 그를 옹호했다.
또 다른 일본팬은 일본 TBS 정보 뉴스 프로그램 '비비드'를 언급하며 "비비드에서 아직 보도 단계에서 공식이라 말할 수 없고, 경찰은 결과를 급하게 냈다. 유착이 의심된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글은 금세 600건의 리트윗을 넘기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 양성반응 전후로 달라진 반응…은퇴·퇴출로도 씻을 수 없는 상처
그럼에도 마약 양성반응 전후로 달라진 반응 역시 확인할 수 있다. 평소 과격한 언급을 자제하는 일본 팬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박유천 팬덤이 붕괴될 조짐은 확실해 보인다. 온건한 반응 한편에는 "충격 받았음" "내 1세대 아이돌" "내 첫 한류아이돌이 이런 꼴이라니" "지나온 자리마다 폐허다" 등 실망 가득한 반응이 눈에 띈다.
[사진=윈스타샵 박유천 굿즈 판매 홈페이지 캡처] |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탈덕'을 외치며 박유천의 일본 굿즈(MD 상품) 환불을 언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예약을 받았던 박유천 데뷔 15주년 메달(일본 한정)을 환불하고 은퇴하라는 의견이 곳곳에 올라와 눈길을 끈다. 실구매자들의 경우 올해 1월부터 환불조치 된다고 공지돼 있으나, 이 환불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사진=트위터 캡처] |
실제로 이 굿즈를 구매했던 일본인 팬 중 하나는 트위터를 통해 "박유천 인생 걸고 기자회견에서 열심히 연기했네. 진짜 좋은 꼴이다" "전부 황하나 탓 하지마라. 넌 황하나 얼굴, 팔에 문신새기고 결혼까지 약속했으면서. 팬들한테 거짓말하고 인간으로서 최악인줄 알아라" 등의 글을 리트윗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무려 10년 넘게 지지해준 일본 팬들에게 박유천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셈이다.
이 탓에 일부 업계에서는 박유천과 함께 JYJ로 활동했던 김재중, 김준수도 타격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 공연 티켓 대행사 관계자는 "JYJ 때부터 이미 개인 팬덤 성향이 강해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은 현재 일본 TV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고, 김준수 역시 얼마 전 일본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뒤 앵콜 공연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