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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8-5) 3인조 강도와 함께 한 악몽의 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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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3인조 강도 침입...흉기로 위협 손발묶고 담요로 덮어
대형가방 3개에 옷가지부터 식재료, 슬리퍼까지 몽땅 쓸어담아
강도는 준박사학위 소지자-교사-기술자...보드카 마시며 대화도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실패한 쿠데타 사건에 이은 소련 공산당 해산, 임박한 고르바초프 실각 등 일련의 사태로 취재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수선하던 91년 9월 어느 날 필자로서는 평생 잊을 수 있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당초 어학연수가 10월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현장 취재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회사의 요청으로 결국 연수를 중단했다. 연수 계약업체로부터 돌려받은 약간의 돈으로 월세 1백달러의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갔다. 회사에서는 당초 발령된 연수 기간까지는 모스크바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규정상 별도 지원은 없다고 통보했다.

결국 출장 취재도 아니고 연수생도 아닌 어정쩡한 처지에서 특파원 같은 취재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사관 관계자와 현지 지인들이 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열악한 아파트이라며 걱정했지만 조심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이 기회에 서민생활을 들여다보자는 호기심과 모험심이 발동한 탓도 있었다.

[서울=뉴스핌] 모스크바 시내 (2008.09.29)

◆아파트에 3인조 강도 침입...흉기로 위협하며 손발 묶고 담요로 덮어  

사건이 일어난 건 9월 어느날 저녁이었다. 모스크바의 모 호텔에서 열린 진도모피 전시회를 둘러보고 8시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컴컴한 복도에서 2층의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써늘한 느낌이 목뒤에 느껴졌다. 칼날이었다.

그들은 전등불도 없는 어두운 복도 계단에 숨어서 필자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 계획적인 게 분명했다. 덜덜 떠는 필자를 아파트 안으로 밀어넣으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찌허 찌허(조용히 조용히)”를 반복했다.
3명이었다. 조용히만 있으면 해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들의 기색은 싸늘하고 험악해 보였다.

40대 정도의 나이에 중키인 남자가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보아 두목인 것 같았다. 나머지 2명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키도 크고 몸집도 우람했다. 그들은 익숙하게 필자의 손발을 묶고 입을 테이프로 틀어막은 후 소파에 눕히고는 담요로 덮어버렸다. 완전히 기가 꺾인 필자는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하루 200 달러 상당의 호텔에 투숙하며 여유있게 취재를 하는데 월세 100달러 짜리 허름한 아파트에 머물다 이런 꼴을 당하다니! 후회와 분노의 감정이 온몸을 파고 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어릴 적의 기억부터 방금 전까지의 온갖 일들이 뇌리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특히 좋았던 기억보다는 잘못한 일, 후회되는 일들이 온통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조금씩 진정되었다. 서울의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어떻게 하든 살아야겠다는 각오로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이들과 부드럽게 말을 섞다보면 끔찍한 일은 당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덮혀진 담요 속에서 꿈틀거리며 뭐라고 중얼거리자 그들은 필자를 팔다리가 묶인 채로 소파에 일으켜 앉혔다. 입을 막은 테이프는 떼어주면서 소리 지르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위협했다.

영화 '바르게 살자' 스틸컷<출처:네이버>

◆대형 가방 3개에 옷가지부터 식재료, 슬리퍼까지 모조리 쓸어담아     

둘러보니 두목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고 부하들은 가져온 이민빽 같은 큰 가방에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쓸어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옷가지, 책, 시계, 녹음기, 카메라, 카세트, 외화상점에서 산 음식재료 등 필자의 물건들을 집어넣었다. 심지어 신고 다니던 구두와 너덜너덜한 슬리퍼까지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가져갈게 없자 집주인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주인 물건은 놔두라고 사정했지만 들은 척도 안하고 옷가지, 식기 등 닥치는대로 집어담기에 정신이 없는 듯했다. 냉장고 안에 보관중이던 주인 소유 식재료도 모조리 쓸어넣었다. 그렇게 해서 약 3시간에 걸친 작업이 끝났다. 3개의 큰 가방이 불룩할 정도로 가득 채웠다.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어두운 불빛아래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무언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왜 가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나가면 불심검문에 걸릴 수 있다’며 동이 틀때까지는 나갈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앞으로 5시간 정도를 더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했다. 떠날 때까지 그들의 불측한 마음을 어떻게 누그려뜨리는냐가 생사의 갈림길이 될 터였다. 악몽같은 순간순간이었다. 어느새 가누기 어려운 공포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내가 살아서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제일 나이어린 녀석이 책상 위에 놓인 보드카 한 병을 보자 환호성을 질렀다. 갑자기 방안 분위기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술은 러시아산보다 도수가 훨씬 높은 몽골산 보드카로, 회사에서 출장왔던 선배가 준 것이었다. 그들은 신이 나서 돌아가며 몇 모금씩 병나발을 불었다. 나중에는 필자의 머리를 뒤로 잡아채 입안으로 술을 들이부었다. “마시고 잠이나 자라”고 하면서. 싫다고 도리질을 쳤으나 항거불능이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정윤영 인턴기자 = 13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폭설이 내린 가운데 남성 한 명이 차 위에 내려앉은 눈을 걷어내고 있다. 2019.02.13.

◆강도는 준박사학위 소지자-교사-연구소 기술자...새벽까지 보드카 마시며 대화

독주를 마신 탓인지 약간의 용기가 생겼다. 짧은 러시아어로 두목과 대화를 시작했다. 순순하게 대화에 응하는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필자의 러시아어가 신통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독일어나 불어로 해도 좋다고 했다. 그래도 러시아어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럭저럭 대화를 이어갔다.

두목은 자신을 준박사 학위를 가진 자칭 지식인이라면서 부하 2명도 대학졸업자로 학교 교사와 연구소 기술자로 각각 근무한다고 말했다. 필자도 자기소개를 했다. 서울에서 왔고 앞으로의 비즈니스 사업을 위해 어학연수차 모스크바에 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자라고 하면 해코지를 할지도 몰라 숨겼다. 두목은 88서울올림픽을 TV로 봤다면서 한국이 잘 사는 나라인 것 같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러시아인은 원래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들인데 외국인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더니 두목은 거듭 미안하다며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얘기 꺼리가 별로 없어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자 필자가 학창시절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는 말을 했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참회하는 내용을 들먹였다. 갑자기 두목의 얼굴이 이그러지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저의가 뭐냐. 라스콜리니코프는 사회악을 제거한다는 소영웅심에서 전당포 노파를 죽인 것이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 우리도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아이들 먹을거리조차 없어 무슨 짓이든 해야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이른바 ‘생계형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절망에 일말의 동정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식의 대화를 계속하다가는 엉뚱한 상황이 될 지도 몰라 입을 다물었다. 술도 떨어지자 그들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담배만 계속 피워댔다. 뿜어낸 담배연기로 그들의 얼굴조차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먼동 트자 대기차량 타고 사라져...현지 경찰 조사, 모스크바 방송서 보도

시간이 흘러 창문을 통해 보니 먼동이 트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자기들 키 만한 이민 빽을 하나씩 들고 나갔다. 대기차량이 있었던 모양이다. 범인들의 인상착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속삭이는 걸 보니 필자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필자의 사건기자 경험상 강력사건에서 범인의 얼굴을 안다는 게 자칫 잔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기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삶과 죽음이 한끗 차이로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의도를 떠보기 위한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어느 정도 말문이 트였다고 생각한 두목에게 간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냈다. “당신들이 가져간 물건 중에 손목시계가 있다. 그 시계는 아내가 결혼선물로 준 것이다. 일생동안 차기로 약속했다. 손목시계만이라도 돌려주면 고맙겠다. 당신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절대 원망하지 않겠다”

두목은 잠시 생각하더니 부하들에게 시계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아직 가지고 나가지 못한 한 개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디에 쑤셔넣었는지 30분이 지나도록 찾지 못하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두목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당신 아내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들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라며 필자의 손과 발을 다시 한 번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그리고는 ‘다 스비다니야’(안녕)‘라는 말과 함께 내 어깨를 한 번 툭 치고 사라졌다. 

테이프로 입을 가리고 손발이 꽁꽁 묶인 채로 깡충깡충 뛰며 옆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이 필자 키보다 높이 달려 있어 점핑을 해서 이마로 박치기하다시피 했다. 손발이 꽁꽁 묶인 모습을 본 이웃집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문을 닫아버렸다. 다행히 옆집의 할아버지가 나와 칼로 손목 묶인 끈을 잘라 주었다.

연락을 받은 대사관 직원들이 달려오고 곧이어 대사관의 신고를 받은 모스크바 경찰국에서 나왔다며 바바리 코트 차림의 형사 몇명과 정복 경찰관들이 경찰견을 앞세우며 들이닥쳤다. 단서를 찾는다고 방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며칠 뒤 범인 몽타쥬를 만든다며 경찰국에 출두하라는 연락이 왔다. 경찰국 소속 전속화가가 필자의 설명을 듣고 1시간만에 두목의 몽타주를 그렸는데 실제모습과 아주 비슷했다. 모스크바 방송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필자의 강도 피습사건을 보도했다.

난리가 일단 정리되고 나서 9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돌이켜 생각하니 한바탕 악몽을 꾼 것 같았다. 매 순간 그들의 말투와 표정에 따라 안도와 걱정을 반복하며 견뎌내야 한다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다. 불가에서는 사람의 일생을 손가락 한번 튕기는 정도의 순간이라고 한다는데 그 9시간은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안전한 치안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강도사건을 겪고도 특파원으로 바로 부임했으니 러시아와의 인연은 질기고도 질겼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백지현 수습기자 = 사람들이 일몰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모스크바 시티'라고 불리는 국제 비즈니스 센터 안 전망대에서 도시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2019.04.23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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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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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희대 대법원장 입건 후 사건 검토 [과천=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입건하고 본격적인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고발건은 한 두건이 아니다. 어떤 건은 수사 4부, 어떤 건은 1·3부 등에 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스핌DB] 공수처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선별해 사건화하는 것이 아닌 '자동입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고소·고발이 접수된 조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분이 유력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지정 배당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최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이 2022년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감사원 운영쇄신태스크포스(TF)와 심의지원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의 처분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분 시기는)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처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자리 접대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 없다는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대법원 법원감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심의한 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지 부장판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고, 수사팀은 최근 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택시 앱 사용 기록 등과 달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9@newspim.com 2025-12-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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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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