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나 미디어 접촉 앞서 미디어트레이닝 필수
‘일대일 맞춤식 교육‘과 ’반복 연습‘ 중요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준비 없이는 언론을 만나지 마라.”
미국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격언처럼 도는 말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오너리스크 문제에서 보듯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말실수나 언론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 개인 뿐 아니라 조직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유튜브, 블로그 등 1인 미디어 등장으로 CEO의 미디어 대응 능력은 더 절실하다. 국내 대표적인 '미디어트레이닝'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박희균 비즈커뮤니케이션(이하 비즈컴) 대표를 만났다. 뉴스핌은 최근 비즈컴과 함께 미디어트레이닝센터를 공동 운영키로 하고 센터 개설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미디어트레이닝을 비행기 조종 훈련에 비유해 설명했다.
“비행기 조종사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조종 훈련을 받습니다. 20~30년 조종한 베테랑이라도 예외가 없습니다. 훈련을 통해 예상할 수 없는 각종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이론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겁니다. 미디어트레이닝도 마찬가지죠. 준비없이 미디어를 만나는 건 조종 훈련을 받지 않고 비행기를 모는 것과 같습니다.”
◆10년 기자 생활 거쳐 미디어트레이닝 전문가로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박희균 비즈컴 대표가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9.05.02 dlsgur9757@naver.com |
비즈컴 미디어트레이닝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 대표는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 국제업무실에서 근무했고, 이후 경향신문 사회부, 경제부, 산업부 등에서 10여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PR컨설턴트로 전업했다. 이후 PR 회사와 IT 벤처기업 임원을 거쳐 2003년부터 비즈컴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비즈컴 미디어트레이닝센터를 통해 CEO, 정치인, 기관 대표들의 '미디어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PR회사에서 미디어 트레이닝 현장요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기자와 딱 반대되는 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건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기자가 공격수라면 이 쪽은 수비수인 셈인데 공격보단 수비가 열 배는 더 힘들다는 걸 깨달았지요. 가장 처음 하는 일은 언론 환경과 기자의 일반적인 특징 등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건데요. 이 것도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다들 신문과 방송을 매일 접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출연자로 나서려면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기자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을 살려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트레이딩은 과거보다 지금이, 그리고 앞으로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미디어트레이닝의 핵심은 키 메시지와 반복 훈련
미디어트레이닝은 미디어를 상대로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도록 도와주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언론의 취재 보도 과정과 특성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효율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하는데 초점을 둔다.
그는 “미디어트레이닝은 CEO는 물론이고 공공기관 대표, 스포츠 스타나 유명 연예인 등 셀럽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예고없이 갑자기 마주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평소 스킬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표는 "각종 청문회, 신제품 발표, 취임식 등 언론에 노출되는 이벤트가 예정된 리더나 위기에 대비한 언론대응 훈련이 필요한 리더, 신임 임원들의 경우 이제 미디어트레이닝은 필수"라며 "사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비즈니스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미디어트레이닝의 핵심은 ‘키 메시지’와 ‘메시지의 반복’이다.
키 메시지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의미한다. 미디어를 상대로 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기자들로부터 파상적인 질문을 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키 메시지를 잊고, 본질에서 벗어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십상이라는 것.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려면 끊임없는 반복 훈련으로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PR 관점에서 미디어를 대할 때 중요한 게 언어, 표정, 제스처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언어적 요소가 제일 중요하고, 어떤 메시지를 정해서 정확하고 설득력있게 반복적으로 전달하느냐가 미디어트레이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회 청문회 앞두고 모의훈련으로 상황 대처한 사례도
15년 넘게 미디어트레이닝을 하면서 그는 많은 리더를 만났다. 그런데 미디어트레이닝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 대면이 이루어지곤 한다. 때문에 첫번째 시뮬레이션을 통해 CEO 스스로 미디어트레이닝 교육이 왜 필요한지 깨닫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가 겪은 대부분의 리더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받거나 공격을 받으면 잘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면 끝까지 집중해서 확실히 해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고객은 국회청문회 출석을 앞둔 모 그룹 회장이었다.
당시 그 회장은 국민적 비판과 관심을 모은 민감한 사안으로 국회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모의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그 분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우리 팀의 연습용 질문에 답변했는데 연습인데도 조금만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면 화를 내며 말을 끊고 언쟁을 벌이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회장의 모습에 박 대표는 걱정이 많았는데 녹화한 장면을 보여주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회장의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다.
“그 분은 ‘연습에서 이렇게 흥분하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될까?’ 하며 놀라는 표정이었어요. 화면을 보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 이후 그 분은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고 실제 청문회에서 부드럽고 겸손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습니다. 연습 때보다 훨씬 더 잘 하셨고, 청문회 이후 결과도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로 윈윈하는 미디어트레이닝센터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박희균 비즈컴 대표가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9.05.02 dlsgur9757@naver.com |
박 대표는 올해 뉴스핌과 공동으로 미디어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센터 설립은 처음 박 대표가 제안했다. 그는 "뉴스핌, 비즈컴, 고객 모두에 가치를 올리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금융, 산업 분야에서 뉴스핌이 갖춰놓은 네트워크와 저희 회사가 갖춘 미디어트레이닝 노하우를 접목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준비와 훈련이 필요한 리더들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을 통해 조직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그가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것은 ‘일대일 맞춤식 교육’과 ‘반복 연습’이다.
박 대표는 “정해진 내용을 커리큘럼에 맞춰 강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중요한 건 실제상황에 맞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다"며 "고객이 처한 상황에 맞춰서 일대일로 교육하고 반복연습을 통해 실제 상황에서 자신감을 갖고 미디어를 만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스포츠 코치들은 선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완할 점, 주의할 점 등을 밀착 관리한다"며 "미디어트레이닝도 미디어 코칭을 지향하는데 이를 통해 고객인 리더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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