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소재 영화로 컴백…판사 김준겸 열연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으며 그해 2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배우 문소리(45)의 신작 ‘배심원들’은 바로 이 국민참여재판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어쩌다 배심원이 된 8명의 보통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문소리는 판사 김준겸을 연기했다.
“캐릭터마다 탐험하는 과정이 있어요. 이번에는 그게 어려웠는데 그래서 또 재밌었죠. 끝까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조마조마하고 고민하는 과정들이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줬고요. 실제 판사님도 많이 만났어요.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셨고 조언해주셨죠. 그러면서 느낀 건 판사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저마다 다 다르단 거였죠. 그걸 알고 나서는 부담을 덜었어요. 나만의 스타일로 판사에 접근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죠.”
김준겸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 사건 기록을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고 18년간 내리 형사부를 전담했을 만큼 강단과 실력이 있다.
“김준겸이 형사부를 18년 한 것만 봐도 그는 메이저가 아니고 권력 지향적이지도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판사로서 기본에 충실하면서 버텨온 사람인 거죠. 근데 때때로 그런 면모들이 배심원들을 가르치려 하고 그들의 말을 끊는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죠. 그 미묘함을 잡아가는 게 가장 고민이었어요. 어떻게 풀어낼까 계속 생각했죠. 그러다 이 자체를 내가 깊숙이 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재판 과정에서도 배어 나올 거란 결론에 도달했고요.”
어려운 건 더 있었다. 판사라는 직업상 움직임에 제약이 많았다. 실제 문소리는 러닝타임 중 꽤 많은 시간을 법대에 앉아 있다. 관객이 볼 수 있는 문소리의 모습은 대부분 상반신이다.
“촬영장에 한두 시간씩 걸어서 갔어요. 점심시간에도 얼른 밥 먹고 계속 움직였죠. 조한철 씨가 또 아르헨티나 춤을 잘 춰서 같이 춤도 추고요(웃음). 그렇게 부지런히 안움직이면 정말 담이 올 듯하더라고요. 움직일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움직였죠.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힘들었어요.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까 더 세밀하게 고민해야 했죠. 누구를 어떻게 보느냐부터 목소리, 말의 템포 등에 집중했어요.”
문소리는 배우 외에도 다양한 영화인의 롤을 가지고 있다. ‘여배우’(2014), ‘최고의 감독’(2015), ‘여배우는 오늘도’(2017)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한 영화감독이자 미래의 영화인들을 육성하는 교수(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현재 남편인 장준환 감독과 영화사 연두도 운영 중이다.
“워커홀릭은 아니고 그냥 영화를 좋아하니까 계속 생각하게 되는 듯해요.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제작, 기획을 더 해볼 생각이죠. 최근에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한 작품을 봤는데 너무 인상적이더라고요. 물론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웃음), 해보고 싶죠. 친구 중에 프로듀서가 많아서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하고 있어요. 책 읽다가 판권을 알아보기도 하고요. 재밌게 해볼 수 있을 듯하죠. 물론 연기도 하면서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지향점은 뭘까. 마지막으로 그에게 배우 문소리의 최종 목표를 물었다.
“사실 전 어떤 지향점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 순간 흥미 있고 제가 재밌어하는 길을 가려고 해요. 연기도 마찬가지죠. 삶이란 게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잖아요. 종착지도 모르고. 그러니 뭘 이루기보다는 좋은 동료들과 흥미로운 것들을 탐험하면서 재밌게 일하고 싶은 거죠. 그게 영화든 연기든 드라마든 상관없이요(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