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를 운 좋게 피했던 애플이 험로를 맞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내달 24일 시행을 예고한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단행할 경우 파장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애플 스토어.[사진=로이터 뉴스핌] |
애플의 선택은 세 가지. 아이폰을 포함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 밖에 중국의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해법이다.
문제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제품 판매 실적과 수익성에 커다란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사면초과라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각) JP모간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 제품에 25%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14% 가량의 가격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생산 및 판매 비용을 감안할 때 관세가 없는 상태에서 1000달러에 공급되는 아이폰XS의 가격이 25%의 관세가 적용될 때 1142달러로 뛴다는 계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모간 스탠리는 관세 시행 시 아이폰XS의 가격이 160달러 가량 오를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IT 하드웨어 업체 가운데 애플의 중국 의존도가 특히 크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경우 2020년 주당 순이익이 23% 급감할 것이라고 모간 스탠리는 경고했다.
JP모간 역시 애플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지 않을 경우 아이폰 사업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이 4%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가뜩이나 매출액과 순이익이 동반 감소한 애플이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 저하와 관세 충격에 따른 수익성 저하 가운데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방향을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다. 새로운 공장 건축과 필요한 인력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차치하고 생산 비용 자체만 보더라도 부담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애플이 생산라인을 모두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아이폰을 포함한 제품 가격은 20% 뛰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관세를 피하려고 나섰다가는 제품 가격이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더 버지와 맥루머닷컴을 포함한 미국 IT 전문 매체들도 일제히 관세 시행에 따른 애플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애플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경고하며 무역 마찰이 재점화된 이후 11% 급락했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전략으로 꺼내든 관세 카드가 철회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