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들 주가가 일제히 폭락해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역 전면전이 재개된 가운데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재부상, 투자자들 사이에 과격한 매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 첨단 IT 업체에 날을 세우자 일부 중국 기업은 뉴욕증시의 상장 폐지를 결정하는 움직임이다.
2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S&P/BNY 멜론 차이나 ADR 지수가 이달 들어 15% 급락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8년 10월 이후 가장 커다란 낙폭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이는 홍콩의 항셍 중국 기업 지수의 같은 기간 낙폭인 1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판 트위터로 통하는 웨이보와 온라인 미디어 업체 시나, 검색 업체 바이두가 일제히 이달 30%를 웃도는 폭락을 연출했다.
불과 3주 전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을 때 S&P/BNY 멜론 차이나 ADR 지수는 9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이르면 5월 하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매수 심리를 자극, 지수를 끌어올렸기 때문.
하지만 관세 전면전이 재점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주가 폭락이 MSCI가 중국을 신흥국 지수에 편입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대규모 자금 유입과 주가 강세에 대한 기대도 꺾였다.
무역 마찰의 장기화 조짐과 이에 따른 잠재 리스크 이외에 위안화 하락도 투자자들의 ‘팔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파트너스 캐피탈 인터내셔널의 로널드 완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양국이 무역 쟁점에 관한 합의점에 도달하는 일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극적인 반전이 나타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비관론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 반도체 업체 SMIC가 뉴욕증시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IT 업계에 대해 매파 정책을 동원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SMIC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내달 3일 ADR을 상장 폐지할 계획을 알린 상황. 이에 따라 업체는 15년만에 월가를 떠나게 될 전망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를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려 보이콧에 나선 데 이어 올 여름 인공지능(AI)을 포함해 6가지 첨단 IT 산업의 성장 기업들까지 압박을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무역 냉전이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급 등 국내 IT 업계를 무역 전쟁의 충격에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