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최근까지 10년간 애플 아이폰을 고집했던 중국 소비자 왕 지신 씨는 최근 화웨이 P30로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애플 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화웨이 압박에 이른바 ‘미국 혐오’가 날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태국 방콕의 한 쇼핑센터에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P30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뜩이나 애플의 중국 매출이 가라앉는 가운데 무역 전면전이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각)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사용 중인 아이폰을 화웨이를 포함해 토종 기업의 제품으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 현지 소셜 미디어에는 화웨이 지지 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9.1%를 기록한 애플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로 하락했다.
반면 지난해 1억500만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며 26.4%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화웨이는 1분기 점유율을 3% 확대했다.
미국의 관세 전면전과 화웨이 보이콧이 애플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화웨이 제품의 기능과 품질에 대한 평가 역시 애플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격 대비 화웨이의 상대적인 강점이 크다는 얘기다.
IHS마킷의 자커 리 애널리스트는 SCMP와 인터뷰에서 “프리미엄 제품에 중점을 둔 애플의 가격 정책과 비즈니스 전략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무역 전면전이 맞물리면서 이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애플이 중국 시장 점유율이 앞으로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민심은 현지 소셜 미디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통하는 위챗에서 한 이용자는 “화웨이로 갈아타라”며 “바야흐로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도래했고, 화웨이가 애플에 비해 훨씬 강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와 흡사한 웨이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수 만명의 이용자들이 “화웨이를 지지하라"는 내용의 의견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의 화웨이 제품 배척과 크게 상반되는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보다폰과 일본 NTT도코모 등 주요국 통신업체들은 화웨이 제품 취급을 거부하고 있다.
미 상무부의 90일 유예 기간이 지난 뒤 구글의 안드로이드 공급이 중단되면 화웨이 스마트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인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화웨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출시 시기와 성능에 대해 회의적인 표정이다.
한편 최근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중국 소비자들의 보이콧이 본격화될 경우 애플의 이익이 29%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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