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장관, 12일 과거사위 활동 관련 ‘나홀로’ 기자회견
"브리핑 내용으로 충분…질문 안받겠다”
취재진들, 기자회견 ‘보이콧’ 결정
법조계 “과거사위 잡음 계속…책임있는 모습 보여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과거사위원회가 1년6개월간 활동에도 불구하고 '맹탕'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비판에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맹탕' 기자회견을 감행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을 기치로 앞세워 출범한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장관 사건'과 '고 장자연 사건' 등에서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사를 펼치지 못해 '헛심만 썼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어 과거사위 활동 종료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질의응답을 거부한 채 '나홀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실패를 자인한 꼴이 되면서 '맹탕' 장관임을 드러내며 과거사위 '맹탕'은 오히려 양반이라는 비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2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검찰과거사위 활동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사위를 마무리하는 기자회견 위상을 감안하면 취재진들로 북적여야 하는 게 맞지만, 정작 회견장은 자리를 채우지 못한 텅 빈 책상만 가득했다.
박 장관은 미리 준비해 온 A4 용지 9매 분량의 발표문을 읽어내려간 뒤 곧바로 퇴장했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서 예정했던 과거사위 관련 기자 간담회가 기자들 일문일답을 안 받겠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보이콧 한 와중에 장관은 법무부 출입 취재기자가 없는 상태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6.12 pangbin@newspim.com |
이는 박 장관이 입장 발표 이후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취재진들이 기자회견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질의응답없는 기자회견은 사실상 정부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강요에 불과하다. 박상기 장관과 법무부는 '그냥 발표문에 있으니 그대로 알아듣고 따르기만 하라'는 불통을 드러냈다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의 성의혹 사건과 고 장자연 사건을 주요 수사집중 포인트로 삼아 주력했던 과거사위가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는 박상가 법무부장관 스스로도 쏟아질 취재진 질문에 '할 말이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고 장자연 사건’ 등 재조사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증거수집과 오래전 벌어진 사건으로 시간적 한계 등을 고려할 때 검찰 과거사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부실 수사에 따라 잇단 소송전이 제기되는 등 법조계 안팎의 잡음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검찰 위상만 깎아내렸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박 장관이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과거사위의 성과와 한계 등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취재진들의 질문까지 안받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면서 “과거사위 활동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는데 과거사위 활동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박 장관이 너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한 변호사도 “과거사위 활동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정부는 단 한 번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면서 “조사 결과에 대해 박 장관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인지 내놓을 수 없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소통을 포기한다면 사정당국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출범했던 과거사위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과거사위는 2017년 12월 발족돼 올해 5월까지 약 18개월 동안 활동했다. 과거사위는 이 기간 동안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고 장자연 사건 △용산참사 사건 등 17개 사건에 대해 재조사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수사나 검찰의 공식 사과 등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조사 대상자 일부가 검찰과거사위 관계자 등을 상대로 잇따라 법적 대응을 시사한 상태다.
특히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 ‘윤중천리스트’로 언급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은 과거사위 조사 결과를 부인하며 각각 과거사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냈다.
용산참사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 역시 과거 수사 당시 ‘봐주기수사’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에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과거사위 수사권고로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단이 김 전 차관을 이달 초 재판에 넘기면서 성범죄 혐의가 아닌 뇌물 혐의만 적용한 것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3차 수사까지 ‘부실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