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국회 제출
일부 비은행금융기관 리스크 대응력 강화 필요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속 부채수준 여전히 높아"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위험 및 글로벌 금융·외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성장세 둔화 우려 등으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은 커지고 있고, 기업 재무건전성도 다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경우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부채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날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향후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 가면서 기업의 신용위험 확대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는 강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무역협상 전개 양상 등에 따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능력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신호순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와 민좌홍 금융안정국장(오른쪽)이 금융안정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진규 기자] |
◆ 금융안정 대체로 양호…일부 비은행기관 연체율·수익성 악화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신용은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여신심사 강화 등의 힘입어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다만 기업신용은 대출이 꾸준히 늘고, 회사채 순발행 규모도 확대됐다. 명목GDP대비 민간신용 비중은 2019년 1분기 말 189.1%로 전년말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 신용위험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유의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 및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기조로 인해 장기시장금리는 내렸고, 주가는 미중무역분쟁 우려로 5월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반은행은 자산건전성이 개선되고 수익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상호금융조합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상승했다. 또한 여신전문회사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저축은행은 고금리대출 비중 감소 영향으로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 대내외 충격 대응능력 양호…비은행금융기관 리스크 유의
한국은행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무역분쟁 심화 및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기관은 규제수준을 상회하는 자본비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좌홍 국장은 "지난해 구축한 전체 금융업권 대상 통합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활용해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와 국내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구축한 것이다. 경기둔화와 주택가격 하락이 강한 강도로 동시에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했다.
은행과 비은행기관 모두 자본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나, 보험사와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비은행금융기관 리스크가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외지급능력도 양호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소폭 감소했으나 순대외채권이 증가하고 단기외채비율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금융안정보고서는 분석했다.
5월말 외환보유액은 4020억달러로 전년말보다 17억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1분기 말 31.9%로 전년동기(30.4%)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 2012~2018년 평균(33.3%)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매년 2회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하고 국회에 제출한다. 이날 기자설명회에는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와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등이 참석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