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특별행정구 수반)이 시민들의 연이은 시위와 반발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하면서 백기를 들었지만 시민들, 특히 학생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은 듯 하다. 불신하는 시민들은 법안이 완전히 철폐된 것이 아니며 그저 '말장난'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권지언 기자 = 9일(현지시각)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 추진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한 뒤 “법안은 죽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2019.07.09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람 장관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미심쩍은 점이나 정부가 의회에서 법안 추진을 재개할 지에 대한 걱정들이 아직 남아있다"며 "따라서 나는 다시 말하컨데 그럴 계획이 없고 송환법은 죽었다"고 밝혔다. 또, 법안은 "완전한 실패"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람 장관의 이날 '백기' 발표를 있는 그대로 믿지 못하고 있다. 홍콩 중문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는 록만 추이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공식적으로 '죽었다'는 표현은 법적이거나 정치적인 단어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법안이 철폐됐는 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만일 법안이 죽었다면 왜 그 단어를 말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철폐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안 철폐"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오늘 말한 것은 이전에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람들은 매우 완강한 답을 듣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말한다. 법안은 죽었다"며 "우리는 (법안 추진을) 중단했고, (법안 재추진) 시간표는 없으며 현 입법회가 종료되는 내년 7월에 법안은 자동적으로 만료된다"고 했다.
즉, 람 장관은 법안이 "죽었다"고 했지만 이전의 '무기한 중단' 발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송환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중국 정부가 의도에 따라 이 법을 활용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의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는 학생과 젊은층을 주축으로 지난달 9일 본격화했다. 연이은 시위에 홍콩 정부는 송환법 추진을 무기한 중단했다.
람 장관이 이날 "법안 완전 철폐"를 언급했다고 해도 시위대의 요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송환법의 완전한 철폐를 비롯해 람 장관의 사임, 체포된 시민들의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람 장관은 자신의 자유의지대로 사임할 수 없다.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지명된 인물이고 교체하려면 중국 본토에서의 숙고와 검토,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람 장관은 정부에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나의 진심 어린 간청은 현 상황을 개선하고 교착상태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끔 기회, 시간, 여유를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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