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랐는데 기업투자는 부진...수출 장기둔화 우려
엔화 유로화 대비 원화 더 하락...당분간 변동 클 것
[편집자] 올들어 달러/원 환율이 10% 가까이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종합 뉴스통신 뉴스핌은 원화가 왜 약세인지, 장단기 외환시장 펀더멘탈이 어떻게 변했는지, 외환시장 변화의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깊이 있게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외환시장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원화와 달러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원 환율 변동폭은 줄어들 것이다. 다만 엔화 유로화 등 기타통화 대비 원화 값은 더 내릴 것 같다. 수출 등 우리나라 펀더멘탈이 되살아나야 할 텐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 SC제일은행 본점에서 만난 박종훈 전무는 대내외 경기둔화 속에서 원화 절하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강달러 역시 추세는 꺾일 것으로 봤다. 장기적으로는 달러보다 엔, 위안,유로 등과 원화의 상관관계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고민이 커질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 "지소미아 파기는 잘한 일, 갈등 깊어져야 해결책 나와"
박 전무를 만나기 하루 전인 22일 저녁, 우리나라는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했다. 이에 주식·외환시장이 크게 동요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으나, 23일 시장은 예상보다 평탄했다. 전일대비 환율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박 전무는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만큼, 지소미아 종료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려면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공감해야 한다"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것도 군사적인 이유를 들었던 만큼, 원칙적으로도 필요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난 20년간 통상협상을 지속해온 만큼 충분한 노하우를 쌓아왔으며, 미국과 공조하면서 필요한 상황에서 강한 액션을 취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일문제를 떠나서도 원화 약세, 엔화 강세는 피할 수 없는 만큼 단기적으로 지소미아 종료도 환율 상승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한일 갈등이 더 심화되면 그만큼 원화 값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종훈 SC제일은행 전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9.08.23 dlsgur9757@newspim.com |
◆ 연말 환율 1180원. 엔화·유로화 대비 원화 약세 커질 것
연초 1115원으로 개장한 달러/원 환율은 8월 들어 1200원을 훌쩍 넘겼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수출분쟁, 홍콩시위, 하드 브렉시트 우려 등 이슈들도 넘쳐난다. 박 전무는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은 반도체 등 수출 둔화와 국내 경기 문제"라며 "미중 무역전쟁이나 한일 수출분쟁까지 있어 현재로선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금처럼 수출 둔화가 이어지면 외화 유입이 줄어들고 원화 값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달러 역시 절하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말 달러/원 환율은 1180원, 내년 말은 1200원을 그는 제시했다.
박 전무는 "미국 소매판매 등 일부 지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미국 경기를 낙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부 지수는 좋고 일부는 안 좋아서 미국 정부나 연준도 분명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미국 재정적자가 확대된데다 앞으로 금리인하를 지속하면서 달러도 약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는 달러화를 넘어선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그는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만큼 엔/원 환율이 더 오를 것이다. 앞으로 이종통화간 거래가 늘면서 달러의 지위도 서서히 약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원화는 유로화를 비롯한 신흥지장(EM)통화에 대비해서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박 전무는 예상했다. 그는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 등을 예상하긴 매우 어렵다. 양쪽 다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도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 금융시장이 브렉시트 연장 시한 전까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하드 브렉시트는 피하고 유로화도 어느정도 안정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지난 1년간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 원화약세, 예전과는 다른 모습…펀더멘털 키워야
박 전무는 외환시장에서 예전과는 다른 패턴이 감지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 및 개인들의 해외 투자가 더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그는 귀띔했다.
박 전무는 한편으로 환율 상승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둔화한 상황에서 유가만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이렇게 해외로 나간 돈은, 정말 위기가 닥쳐왔을 때 우리나라로 돌아오면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물가가 워낙 낮은 수준이어서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른다고 해도 영향은 크지 않다. 오히려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환율의 밸런싱 효과가 전보다 약해진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래 환율이 오르면 기업 수익성이 좋아지고, 다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결국 환율도 안정된다"며 "이 큰 사이클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나라 수출 등 실물경제 둔화가 예전보다 심화됐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채권 시장을 보면 환율이 올랐음에도 외국인들은 돈을 빼지 않고 있다. 결국 경기둔화로 우리나라 금리가 더 빠질 걸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종훈 SC제일은행 전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9.08.23 dlsgur9757@newspim.com |
끝으로 박 전무는 당분간은 국내외 변동성이 높은 만큼 환율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볼 때 요즘은 외환 이코노미스트들의 뷰보다 외환 딜러들의 뷰가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달러/위안 7위안 돌파 등이 그렇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환율을 전망하는 반면, 매일 트레이딩 하는 딜러들은 뷰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 그만큼 변동성이 커져있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환율이 많이 오른 것 같아도, 시계열을 조금만 길게 보면 연 100원 정도 움직임이 큰 건 아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변동폭이 줄었다가 올해 환율이 오르니 그 폭이 더 크게 느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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