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방·안보

속보

더보기

[스페셜 인터뷰] 정송학 회장 "병역명문가 예우·지원법 제정해야"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국가에 젊은 바친 3대(代)' 권익증진 선구자
정송학 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특별인터뷰

[서울=뉴스핌] 노민호 허고운 기자 = "성스러운 병역의무를 위해 국가에 젊음을 바친 3대(代)를 기리는 '병역명문가'의 복지혜택·제도시행을 위한 법제정이 시급하다."

서울 광진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정송학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은 '병역명문가 지원 및 예우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단체의 우선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3대가 현역복무를 모두 마친 가문을 지난 2004년부터 '병역명문가'로 선정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예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5378가문, 2만 7154명의 병역명문가가 공식 선정됐다. 이들은 병역명문가 패와 증서를 받고 병무청 홈페이지에 기록되며, 900여곳의 국공립 민간시설 이용시 감면이나 우대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이를 큰 혜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병역명문가 자체를 모르는 국민도 많아 관련 홍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송학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정 회장은 "112개 자치단체에서 조례로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이 있지만 너무나 부족하다"며 "2015년 회장을 맡았는데 관련 법 제정이 안 돼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대부분의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역명문가회는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명문가 인정을 받은 사람만을 회원으로 하는 곳인 만큼 정 회장은 물론 그의 아버지, 아들도 병역 의무를 마쳤다. 정 회장의 아버지 고(故) 정병후 씨는 일제시대 징용됐다 해방 후 귀국했고 6·25가 터지자 자진해서 군에 입대해 지역 방위에 힘썼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역사회 일꾼으로 봉사한 아버지를 회상하는 정 회장은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9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당시 32살)가 훗날 병역명문가가 될 수 있게 해줘, 고마움과 자부심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다. 정 회장의 어머니도 32살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됐지만, 자식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치셨다고 한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뒤를 돌아 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정 회장은 입대 전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영장을 받은 후 연기신청을 냈지만 업무처리 과정 오류로 사법고시 3개월 전 눈물을 머금고 군에 입대했다. 정 회장은 "다소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송학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정 회장은 제대 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한 외국계 기업에 입사했고 28년을 근무했다. 부지런한 그는 CEO까지 역임했다. 이후에도 구청장,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 대학 교수 등 늘 도전하는 자세로 이색 이력을 쌓았다.

정 회장은 "돈도 없고 백도 없는데 여러 일을 했다"고 자평하며 "그런 경험 때문에 심부름을 잘할 것 같아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라는 뜻에서 나를 중앙회장으로 추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금도 사회 전반에 남아있는 병역기피 풍조에 대해 "우리는 굳건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하고 청년들이 스스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며 "고위 공직자, 사회 지도층은 병역을 이수한 사람만 권한과 명예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군 복무기간이 과거보다 많이 단축됐다고 해도 한참 젊은 나이에 통제된 군생활을 마치면 국가에서 보상과 혜택을 줘야 한다"면서도 "군 복무기간은 허송세월을 낭비하는 게 아닌 국가에 대한 충성심, 인내, 공동체 정신, 리더십을 익히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정송학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사진 가운데)이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 왼 쪽 네 번째)와 함께 '병역명문가 문패 달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다음은 정송학 중앙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먼저 병역명문가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는 2012년 10월 30일 병무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지 7년이 지난 단체다. 3대가 현역복무를 모두 마친 가문을 병무청이 심사 후 선정한 병역명문가만 회원으로 한다. 2004년 처음 선정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병역명문가는 총 5378가문의 2만7154명이 선정됐다. 병역명문가회는 병무청의 선양사업 지원과 함께 회원 복지정책을 연구하고, 정의로운 병역의무 이행을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가치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병역명문가로 선정되면 어떤 혜택이 있나.
▲병역명문가 문패와 증서가 수여되고 병역명문가증을 교부한다. 병무청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가문의 병역이행 사항도 영구히 게시한다. 병무청과 협약된 900여곳의 국공립·민간시설 이용시 감면이나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국방부가 운영하는 군부대 체력단련장, 콘도, PX에서 20년 이상 복무한 군인들과 동일한 이용권을 얻는다.

-그럼에도 병역명문가에 대한 혜택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12개 자치단체 조례로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이 있지만 너무나 부족하다. 2017년에 홍철호 국회의원이 병역명문가 지원 및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고 국방위원회 법안 소위에 계류 중이다. 홍 의원은 우리 단체의 고문이다. 병역명문가회는 법률안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를 목표로 관련기관과 협력하며 노력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송학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을 2015년부터 해온 소감은 어떤가.
▲2012년도에 사단법인 설립 이래 경남 창원에 있던 중앙회 사무실을 내가 회장을 맡으면서 서울로 이전했다.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사무국장도 필요한데 5년째 대부분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올해 국회에서 사업비로 6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외에는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 제정이 안돼서 우린 정부로부터 지원을 못 받는다. 성스로운 병역의무 이행으로 국가에 젊음을 바친 3대(代) 병역명문가에 대한 복지혜택·제도 시행을 늘리기 위한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대부분 사비로 운영하면 힘들텐데 기부금은 많이 들어오지 않나.
▲2017년 3월에 기획재정부로부터 법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됐다. 후원이 많이 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하필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이 시끄러워지면서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기부금이 들어오면 병역명문가와 관련된 광고도 내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데 아쉽다. 사실 병역명문가 회원 중에도 부자가 많이 없다. 내가 더 많이 부담하고 임원들도 조금씩 내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병역명문가 기념우표 전시.[사진=병무청]

-병역명문가는 어떤 분들이 제일 많나.
▲매년 병역명문가 중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국방부 장관·병무청장 표창을 준다. 상을 받은 분들을 보면 1대가 6·25 참전, 2대가 월남 파병한 경우가 많고, 복무 기간이 긴 분이 우선 표창 받는 것 같다. 특수한 경우는 광복군에서 복무하신 분, 군인은 아니지만 6·25 때 기관사로서 많은 국민을 살리고 수송한 분이 있다. 병무청에서 규정을 바꿔 2대, 3대 중 군 의무복무를 마친 여성이 있는 경우 병역명문가로 인정한다.

-유명인 중 병역명문가인 분이 있나.
▲사실 과거 암울한 시대에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권력이 있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군대에 많이 가지 않아서 병역명문가도 많지 않다. 그래도 병역명문가를 선정하고 보니 유명인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있다.

-중앙회장님 본인도 당연히 병역명문가겠다.
▲2012년도에 선정됐다. 우리 아버지, 나, 자식들 모두 병역을 마쳤다. 숙부님도 명문가다. 한 할아버지 밑에 두 가문이 병역명문가가 된 경우는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아버지 덕분인데 매우 자랑스럽다.

-아버님 얘기를 듣고 싶다.
▲부친께서는 일제시대에 징병을 갔는데 그때 동기가 유명한 백인엽 장군이었다. 일본에서 같이 생활을 했다. 아버지는 해방 이후 살아오셔서 함평에서 대한청년단이라는 우익단체 간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6·25가 발발했고 아버지는 백인엽 장군이 사령관으로 있는 부대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 일제시대 군대를 나왔기에 가지 않아도 됐지만 방위군사령부 산하 영광·함평 지부의 초대장을 하면서 지리산을 방어했다고 한다. 북한군과 좌익단체를 막았다. 전쟁 이후에는 고향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나라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산 아버지다. 존경할 만하다.
▲아버지는 내가 9살 때, 35살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전쟁 이후엔 지역 의용소방대장도 했고 지역농협도 만들었고 사업도 했는데 하루아침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훗날 아버지 휘하에서 중대장을 하던 분을 만났는데 아버지 이야기를 하시더라. 정말 용감하고 훌륭한 분이었다고. 좌익들이 습격할 때마다 아버지가 등장하면 '정병우다, 우리끼리 힘 모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했고 함께 좌익들을 물리쳤다고 한다. 동네 어르신이 '자네 아버지는 큰일 하셨으니 공을 찾아보라'고 해서 병무청에 신청을 했고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아버지 덕분에 병역명문가가 됐다. 우리 어머니도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었으나 효부열녀상 국무총리상까지 받은 분이다.

[연평도=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11월 1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회장님 본인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직장인으로 시작해 구청장, 교수도 했다.
▲1978년 글로벌기업에 사원으로 입사해 28년을 근무하며 10단계를 승진해 CEO까지 했다. 이후 광진구청장으로 선출됐고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도 했다. 향우회 일도 봤고 동창회도 맡았다. 이런 사람 드물지. 돈도 없고 백도 없는데 여러 일을 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심부름을 잘 할 것 같아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라는 뜻에서 병역명문가회 임원들이 나를 중앙회장으로 추대한 것 같다.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
▲사법고시 공부를 했는데 시험 3개월을 앞두고 군대를 가게 됐다. 3개월만 연기해주라고 했는데 해주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갔다. 전역 이후 곧장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고 고시공부를 시작하려고 했다. 부인은 고향에 가고 나는 절로 공부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부인까지 농사짓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최고의 직장 1순위가 외국계기업이었는데 미련이 있었지만 그곳에 들어가게 됐다. 내 꿈은 공직이었기 때문에 이후 구청장을 했고 법대를 나왔으니 법률학 석·박사를 받았다. 명예행정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런데 군대는 다들 가고싶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일부 고위직이나 부유층의 자식이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더구나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도발로 긴장된 현시점에서 우리는 더욱 굳건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하고 젊은 청년들이 스스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군대를 다녀와도 큰 혜택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군복무기간이 과거보다 많이 단축됐다고 해도 한참 젊은 나이에 통제된 군생활을 마치면 국가에서 보상과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취업시 가산점도 있다. 고위공직자, 지도층은 병역을 이수한 사람만 권한과 명예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개인 양심의 자유도 중요하고 종교적 이유로 병역 거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된 후 대체복무 제도가 실시돼야 한다. 현역 복무기간의 2배 이상의 근무기간을 정해 교도소나 사회복지 시설 등 어렵고 힘든 곳에서 대체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 복무기간은 허송세월을 낭비하는 게 아닌 국가에 대한 충성심, 인내, 공동체 정신, 리더십을 익히는 시간이다.

◆ 정송학 중앙회장 프로필

1953년생, 조선대 법학학사, 한양대 대학원 법학 석사, 세종대 행정학 명예박사, 한양대 대학원 법학 박사
전 한국후지제록스 상무이사, 전 후지제록스호남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특별시 광진구 구청장,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 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현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noh@newspim.com, heog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