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차이로 협상 결렬...파업 장기화 조짐
“생협, 자존심 싸움하는 듯...강력 투쟁 준비”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 소속 식당·카페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양측 간 교섭이 잇따라 결렬되면서 파업 장기화가 우려된다. 식사 배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지만 서울대 학생들은 노동자 권익을 위해 일부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반응이다.
30일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노조와 생협 사이 진행된 임금 및 처우 개선 관련 협상이 모두 결렬됐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등 3개 단체는 24일 서울대에서 ‘함께 모인 노동자가 서울대를 바꾼다. 청소경비·기계전기·생협 노동자 공동집회’를 열고 학교 측에 처우 및 복지 개선 등을 요구했다. 2019.09.24. hakjun@newspim.com |
노조와 생협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지 나흘째인 지난 26일 처우 개선 등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으나 결렬됐다. 생협은 올해 임금 및 부대비용 증가분으로 5000만원을 증액한 총 6억5000만원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형적인 호봉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7억5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와 생협은 27일에도 협상에 임했으나 또 다시 결렬됐다. 추가적인 협상 테이블도 예정돼 있지 않아 일주일째 접어든 파업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창수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파업에 들어가며 기존 요구사항을 일부 양보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그럼에도 간극이 너무 심해 파업을 못 끝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파업 외에도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생협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투쟁을) 강력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이 장기회될 조짐을 보이면서 학생들 식사 배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재 파업으로 △경영대 동원관 식당 △인문대 자하연 식당 △학부생 기숙사 식당 △제2공학관 식당 △학생회관 식당 △느티나무 카페 지점 등이 문을 닫은 상태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 23일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소속 노동자 114명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학생식당 등이 문을 닫았다. 2019.09.24. hakjun@newspim.com |
학생들은 파업 노동자들을 위해 일부 불편을 참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파업을 지지하며 “솔직히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이런 불편은 그동안 생협 노동자가 해주신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증거”라며 “지금의 서울대를 지탱한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학교 의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현재 많은 학생들이 생협 노동자들의 무기한 전면 파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생협 측은 노동자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생협 노동자 외에도 기계·전기, 청소·경비 노동자들 역시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과 단식 투쟁은 물론 서울대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서울대와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내달 1일 본교섭에 임할 예정이다.
서울대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난달 9일 서울대 제2공학관 건물에서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 A(67)씨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이후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촉발됐다.
노조는 지난 19일과 20일 두 차례 '하루 파업'을 했으며, 지난 23일부터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생협 측이 단기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동원해 일부 카페를 운영하면서 논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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