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 대표단 출발 전 DVD 주겠다고 해"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남자 축구대표팀 월드컵 예선전이 TV 생중계 없이 '깜깜이'로 진행된다.
포르투갈의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에 빗대 '손날두'로 불리는 손흥민과 '인민 호날두'라고 불리는 한광성의 맞대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북한은 뒤늦게 경기 영상을 담은 DVD를 한국 측에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이르면 17일께 녹화중계는 가능할 전망이다.
벤투호가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입성한다. [사진= 대한축구협] |
◆실시간 문자중계…北, '고립국가' 홍보 자처 지적
남북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갖는다.
남북은 H조에서 나란히 2승을 거두고 있다. 골득실 차에서 한국이 앞서 1위, 북한은 2위다. 한국이 이번 경기에서 이길 경우 승점 차로 1위를 수성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경기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지난 1990년 10월 11일 친선전 이후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북한은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붉은악마 파견과 TV생중계 등을 두고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립국가'라는 이미지를 북한 스스로가 대내외에 알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벤투호는 북한에서 월드컵 3차전을 치른다. [사진= 대한축구협] |
정부는 TV생중계 등을 두고 그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해 다양한 경로로 북측의 협조를 요청해 왔다. 또한 남북 축구협회 간 채널과 아시아축구연맹(AFC)를 통한 간접접촉 등도 병행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끝내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한국 지상파 3사가 북한축구협회가 중계권 계약을 일임한 일본 에이전시와 함께 북측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지만 끝내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결국 경기는 문자중계 형식으로 한국에 전달된다. 평양 현지에 파견된 직원이 서울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직원에게 상황을 전달하면, 이를 다시 취재진에게 알리는 형식이다.
그러나 문자중계는 득·실점, 경고·퇴장, 선수교체 등 굵직한 내용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으로 현장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통일부 청사 내부 [사진=뉴스핌 DB] |
◆통일부 "北, DVD 제공 약속" 녹화중계 가능
생중계 무산에 대한 아쉬움은 녹화중계로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15일 북측으로부터 경기 영상이 담긴 DVD를 제공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측으로부터) 경기영상 DVD를 우리 측 대표단 출발 직전에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 대표팀은) 16일 5시20분에 평양을 출발한다"며 "베이징(北京)을 경유한 뒤 인천에 도착하면 새벽 1시정도가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DVD 영상은) 곧바로 방송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기술적으로 점검을 해야 한다"며 "(시간이) 제법 지났겠지만 국민들이 직접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평양에 도착한 한국 축구 대표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
아울러 통일부 당국자는 "김일성경기장 내에 기자센터에서 인터넷 활용을 보장 받았다"며 "경기장에서 남측으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평양에서 동영상을 직접 전송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영상(직접 전송은) 북측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DVD 제공 외 다른 협조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전세기로 평양을 방문해 남북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