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직군만 만 43세 정년…1·2심 "남녀차별 아니다"
대법 "같은 기능직 중 해당 직군만 정년 낮은 것은 남녀차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여성이 대다수인 '여초 직군'의 정년을 일반 직군에 비해 낮게 설정하는 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이모 씨와 김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공무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이 씨와 김 씨는 지난 1986년부터 국정원 기능 10급으로 채용돼 전산사식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1999년 직렬 폐지로 인해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다 국정원 내부 규정에 따른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세를 2년 넘겨 2010년 퇴직했다.
이들은 "여성들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안내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은 만 43세로 규정하고, 남성들만 종사하는 영선, 원예직은 만 57세를 근무상한연령으로 정한 것은 양성평등에 위반하는 규정"이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1·2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전산사식 직렬에 주로 여성이 근무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규정을 보면 안전 직렬은 만 30세로 매우 낮은 연령상한이 있다"며 "주로 여성들이 근무하는 직렬이란 이유만으로는 근무상한연령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불합리하게 차별하기 위해 설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원고들은 계약직 공무원으로서 계약기간 만료로 퇴직한 것이고, 근무상한연령에 도달해 퇴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은 "전산사식 직렬은 사실상 여성 전용이었고, 영선·원예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이었다"며 "원심은 전산사식이 다른 분야보다 낮게 근무상한연령이 설정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냈다.
이어 "1999년 직렬 폐지 이후 영선·원예 계약직 채용시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응시 자격을 부였다고 보이지만 국가정보원장의 '계약직 정원관리 방안 하달'에 따르면, 전산사식·입력작업·전화교환·안내·영선·원예 6개 분야를 단순기능분야 계약직으로 분류했다"며 "(자격증 유무가) 단순기능분야 내에서 남녀의 근무상한연령에 현저한 차등을 두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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