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난해 11월 임종헌 전 차장 기소…총 32회 재판
법관 기피신청으로 6개월째 '개점휴업'…대법원 계류 중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첫 압수수색, 첫 구속, 첫 기소…오는 14일이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태의 '키맨'으로 불렸던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1년이된다. 하지만 재판은 6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아직 심리해야 할 양이 많아 언제 1심 재판이 언제 마무리될 지 미지수다.
◆쉽지 않았던 수사…압수수색부터 기소까지
'법관 블랙리스트' 사태로 촉발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수사는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법원은 핵심 관련자들의 재직 당시 하드디스크 원본은 이미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해 저장장치 내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는 것)' 처리됐다며 검찰의 임의 제출 요청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당시 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해 7월 21일과 25일 임 전 차장의 자택 및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된 USB를 입수했다. 이 USB에는 박근혜 정부와 사법부 간 '교감'이 있었던 정황이나 각급 법원 재판에 개입한 정황 등이 드러난 문건 8600여 건이 담겨 있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02 mironj19@newspim.com |
검찰은 결국 지난해 10월 27일 임 전 차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법원은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 30개 혐의로 임 전 차장을 재판에 넘겼다.
◆총 32회 재판…6개월째 '개점휴업'
하지만 기소 이후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임 전 차장 측이 상당수 증거를 부동의하면서 법정에 서야 하는 증인들은 200명 가량이 됐다. 또 입증해야 하는 증거들의 양이 워낙 많아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변호인단은 첫 정식 재판을 하루 앞두고 돌연 집단 사임했다. 당시 변호인단은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주4회 재판이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 등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간 일시 중지됐던 재판은 임 전 차장이 법관 출신의 이병세(56‧20기)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임 전 차장 측이 법관 기피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다시 중단됐다. 임 전 차장 측은 5월 31일 기피신청을 하면서,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가 유죄로 결론을 내리고 재판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피신청은 항고 기각 이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총 32회 공판이 진행됐지만 사실상 1년 중 6개월 가량 아무런 진전 없이 재판이 중단되는 바람에 반도 끝내지 못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이 혹시라도 (기피신청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재판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1심 결론이 올해 안에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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