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무죄 → 대법,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고법,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인도적 방식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농장을 운영하면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해 재판에 넘겨진 도축업자가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런 전기도살이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선고받은 이모(67)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형을 2년간 선고유예한다"며 원심 파기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범행 정도가 경미한 피고인에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별다른 죄를 짓지 않으면 형을 면해주는 제도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동물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2019.01.27 leehs@newspim.com |
재판부는 "동물보호국제협약이나 미국 수의학협회(AVMA) 등은 동물을 도살하는 경우 뇌에 전류를 통하게 해 즉각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는 인도적 방식을 취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면서 "피고인은 (개의) 입을 통해 전류를 흐르게 했고, 뇌 부분이 마비되기 전 신체 다른 부분도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용한 도살방법은 사회통념상 객관적·규범적으로 동물보호법이 정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된다"며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고, '잔인'이라는 용어도 다른 법에서 사용되고 있어 모호한 규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은 원래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가 돼 벌금형을 선고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현재 개 농장시설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앞으로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경제적 사정이 어렵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개 사육농장에서 도축시설을 통해 개를 도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씨는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입에 물려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잔인한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전기도살이 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피고인은 전기로 가축을 도살하는 '전살법'을 이용해 개를 즉시 실신시켜 죽이는 방법으로 도축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다른 동물에 대한 도살 방법과 비교해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 방법으로 개를 도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살법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정한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 중 하나로 소·돼지 등을 도축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개 전기도살이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방법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유죄 취지로 원심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와 사회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원심은 이런 고려없이 무죄로 판단했다"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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