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올해 뉴욕증시 급등세가 기업들의 어닝 증가세를 앞서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거품이나 과열에 대해 우려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단순히 상승률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멀티플 익스팬션'(multiple expansion) 차원에서 보자면 주가 상승폭은 충분히 정당하다는 설명이다. '멀티플 익스팬션'은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해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것으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돼 투자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올해 미국 S&P500 주가지수는 29% 오르며 2013년 이후 최고의 한 해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미국 기업 순익 증가율이 평균 0.5%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급등한 것이다.
주가 상승세가 지속 가능하려면 기업 어닝이 뒷받침해줘야 하는 만큼, 부진한 어닝 환경에서 증시만 나홀로 상승하는 것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재현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거품 붕괴에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올해 증시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로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된 덕분이라는 명확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역긴장이 완화되고 경제 펀더멘털이 강화된 만큼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도 있다.
주식과 어닝 사이클을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계산이 들어맞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서비스업체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Federated Investor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스티브 치아바론은 흔히 하는 연간 비교 대신 2년 간의 사이클을 비교하면 주가와 어닝 상승 흐름이 어긋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2년 간 S&P500 주가지수는 21% 가까이 상승한 한편 기업 어닝은 감세 효과로 25% 증가했다.
이러한 멀티플 익스팬션 차원의 계산에 따르면, 증시는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됐다는 우려는커녕 한층 상승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섹터별로도 이러한 양상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멀티플 익스팬션에 따라 통신, 기술, 소비재, 유틸리티 등 어닝 증가세가 주가 상승세를 능가한 11개 섹터의 밸류에이션은 모두 상승했고, 금융주 등 반대인 섹터의 밸류에이션은 하락했다.
결국 현재 18배인 주가수익비율은 2017년 12월 수준으로 원상 회복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내년 기업 순익이 평균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와 BMP캐피탈마켓츠는 내년 S&P500 주가지수가 5.5%,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4% 오를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모두 어닝 증가세가 증시 상승세를 끌어가는 모양새다.
게다가 경제 전망이 개선되면서 주식이 다른 자산에 비해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로 국채 랠리가 촉발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 만큼, 자본이 채권과 머니마켓에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00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 12월 들어 주식 보유 규모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향후 12개월 기업 순익 전망이 201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개선된 것과 맞물려 증시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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