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도전 위해 사퇴, 생환시 당청 연결 핵심고리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마다 핵심 역할, 서울 구로을 주목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대체불가'라는 평가를 받던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4·15 총선 출마를 위해 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발표를 통해 윤 실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윤 실장은 차관급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지만 현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문 대통령의 최측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설계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 정부 실세로 통한다.
비록 위치는 실무 창모진이지만 위상은 문 대통령의 오른쪽 의자에 앉아있는 인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그의 총선 출마로 문 대통령이 오는 4·15 총선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 따르면 윤 실장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구로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윤 실장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청와대와 여당 간 연결고리 역할을 넘어 여당 내 핵심 당직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와 서훈 국정원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 대북특사단(왼쪽부터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 수석 대북특사,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 . /사진공동취재단 |
윤 실장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청와대에서 굵직한 사건마다 막후 조율을 맡았다.
1969년 생으로 올해 51세, 부산 출신이다. 국민대 총학생회장(88학번) 출신으로, 1998년 서울 성북구 구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하면서 당시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윤 실장은 2012년 총선부터 문 대통령 캠프에 합류한 이후부터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 역할을 유지해왔다. 문 대통령의 제19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윤 실장이 보좌관을 지내면서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인사로 평가됐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당 대표를 지내면서 윤 실장에게 정무특보를 맡겼고 대선 승리 이후에는 국정 상황을 컨트롤하는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이 윤 실장을 그만큼 두텁게 신뢰한다는 이야기다.
윤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과 함께 핵심 친문으로 분류돼 캠프에서 물러났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종합상황본부 2실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역할을 했다.
윤 실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정상황실은 국가정보원, 경찰, 기무사 등 정보기관 등으로부터 매일 올라오는 소식과 사정기관 보고서 등 각종 정보들이 모이는 곳이다. 윤 실장은 이같은 정보들을 선별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
당연히 문 대통령과 매일 아침 얼굴을 마주하며, 문 대통령이 매일 참모들과 국정 상황을 논의하는 티타임의 핵심 멤버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서훈 국정원장이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18.09.19 |
윤 실장은 이같은 문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동안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정권을 대표할 만한 굵직한 사안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윤 실장의 비중은 더 커졌다.
윤 실장은 2018년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대북특사단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1차 남북정상회담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을 무리 없이 준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등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지난해 6월 30일의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윤 실장은 막후 조율에 나섰다.
윤 실장은 회담 당일 판문점으로 미리 이동해 정상들의 하차 지점과 동선 등을 놓고 북미 양측과 긴밀히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의전·보도 등에 대해 북미 양측과 논의를 거듭하느라 윤 실장이 당일 밤을 하얗게 지샜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어머니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의문을 받은 것도 윤 실장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비서진들의 조문을 자제하라고 지시했으나 윤 실장의 방문은 막지 않았다.
윤 실장은 이제 문 대통령의 참모 역할을 떠나 대중 정치인으로의 변화를 꿈꾼다. 윤 실장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정권 후반기 당청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정권의 성공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윤 실장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 구로을은 지난 16대 이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여권에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서 문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출마에 대해 '심판론'을 제기하며 대응 공천 의지를 밝히고 있어 생환 가능성은 미지수다.
윤 실장이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대중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서울 구로을은 4·15 총선의 또 하나의 관심 지역이 될 전망이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