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적용범위 광범위하다며 헌법소원
"인간의 존엄에 정면으로 반하는 범죄"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현행 형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중 '제작'에 관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최종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양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19.04.11 leehs@newspim.com |
위헌 소원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입·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 중 '제작'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
우선 헌재는 명확성 부분에 대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음반 및 영상들과 그 성질이 유사하다"며 "촬영이 종료된 영상정보가 재생이 가능한 형태로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에 입력되는 시점에 하나의 아동·청소년음란물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 촬영한 디지털 영상만으로도 즉시 유포가 가능한 음란물을 쉽게 생성할 수 있으므로 촬영과 제작을 명백히 구분할 실익이 없다"며 "인터넷 등의 발달로 영상물이 일단 제작되면 언제라도 무분별하게 유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제작'을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례 원칙 부분에 대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가치관을 심어주고, 제작 행위에 관여된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영구히 씻을 수 없는 기록을 남긴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범죄로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법익의 중대성,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불법성과 죄질의 정도,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볼 때 해당 조항이 정한 법정형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은 '제작'에 대한 동의가 있다거나 피해 아동·청소년의 연령이 높아 성인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위헌 소원을 제기한 A 씨는 지난 2017녀 4월 25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알게 된 청소년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접근한 뒤 "68만원을 지급할 테니 교복 입은 사진과 나체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라"며 나체 동영상 6개를 촬영하게 한 후 이를 전송받아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3년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선고했다.
A 씨는 1심 진행 중 해당 조항 가운데 '제작'에 관한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과 책임·형벌 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이에 A 씨는 2018년 1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 씨는 해당 조항 중 '제작'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처벌 여부가 심각하게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제작행위의 목적, 특히 영리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아동·청소년의 연령, 동의 여부 등에 따라 죄질이 각기 다름에도 단지 '제작'했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중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A 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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