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전 대법관과 친척관계 내세워 돈 받아…피해자 가족 고발
검찰 "사건청탁 명목으로 볼 증거 부족"…무혐의 불기소 처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자신이 전직 대법관의 조카라며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70대 노인에게 7년간 거액의 돈을 받아온 자칭 '브로커'가 불기소 처분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뉴스핌 취재 결과 최근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사기 및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고발된 A씨에 대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2012년 무렵 종중(宗中)의 대표자 지위를 잃게 된 피해자 B씨에게 접근했다. 당시 B씨는 종중총회의결 무효소송을 냈다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는데, 이를 안 A씨가 "내가 전직 대법관 C의 조카다. 그분의 도움을 받으면 '항소'를 제기해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접대비, 사례비 등 명목의 돈을 B씨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B씨에게 자신과 친척관계인 C 전 대법관은 물론이고,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조계 유력 인사들을 언급하며 사건을 해결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특히 B씨의 믿음을 사기 위해 직접 C전 대법관의 서울 강남구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가 소송 기록을 보여주며 상담을 받게 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현행법상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를 제기하거나 상황 변화 없이 재심을 신청해 다툴 수 없다. C 전 대법관 역시 "친척관계는 맞지만 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얘기들"이라며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소송기록도 반환해드린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가족들은 결국 지난해 A씨를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가족들에 의하면 7년간 A씨가 B씨로부터 받아낸 금액이 약 3000만원으로, 확인되지 않은 금액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A씨는 C 전 대법관의 가족이 사망하자 조의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아가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이같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A씨는 "B씨에게 농산물을 팔아달라고 부탁해 그 대금을 받은 것"이라거나 "소송비용으로 지급한 게 아니라 국민청원을 대신 올린 것에 대한 경비로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B씨도 이 금액을 모두 "자발적으로 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결국 B씨가 이를 사기로 생각하지 않고, 모두 자발적으로 돈을 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특히 "A씨가 사건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볼 증거나 피해자를 기망해 금원을 편취했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B씨의 가족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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