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조계 "중간 유포자까진 현실적으로 처벌 어려워"
매점매석 행위, 관계부처 고발 있어야 수사·처벌 가능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검찰과 경찰 등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착수했다. 마스크 매점매석 및 사기 행위에 대해서도 단속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 관련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지만 관련 법령 미비 등 현실적 한계가 있어 실제 처벌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정부합동단속반은 이날부터 마스크 매점매석에 대한 본격 단속을 시작했다. 합동단속반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관세청 등에서 180명 규모로 구성됐다.
법무부는 최근 검찰에 신종 코로나 관련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 생산 및 유포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도 신종 코로나 관련 범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 로고. [뉴스핌 DB] |
하지만 현실적인 처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은 "불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최초 생산자 뿐만 아니라 중간 유포자까지 추적·검거하겠다"며 엄포를 놨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짜뉴스의 경우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특성으로 인해 추적 범위를 좁히기가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뉴스 수사에서 최초 유포자를 찾는 일이 핵심인 동시에 제일 어렵다"며 "SNS에서 유포한 사람들을 하나씩 잡아서 역추적하는 방식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중간 유포자를 다 잡아서 처벌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국민 절반이 가짜뉴스를 유포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도 수사 단계를 넘어 형사처분까지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지민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중간 유포자에 대한 수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련자 수가 워낙 많으니 실제적으로 처벌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수사기관도 이를 고려해 최초 작성자·유포자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형법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공공의 이익에 관련한 일일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조항이 있다"고도 했다.
처벌 근거에 대한 수사당국의 고민도 깊어진다. 가짜뉴스 자체를 처벌하는 법이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업무방해·신용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전기통신기본법상 이익목적 허위통신 등의 혐의를 검토할 수 있다는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형법상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다. 결국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면 해당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형법상 업무방해·신용훼손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업무방해·신용훼손은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범죄 피해자가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는 아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탓에 모 병원 출입이 금지됐다고 허위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매점매석 행위의 경우 관계부처의 고발이 있어야 수사 및 처벌이 가능하다. 매점매석 행위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약처 등 관계부처의 고발에 의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매점매석으로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은 이상 행정조치를 넘어 형사처분 대상이 되기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단속 이후 사안에 따라 다방면으로 처벌 기준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행위가 복합될 수 있으니 형법상 명예훼손·업무방해·신용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전기통신기본법상 이익목적 허위통신 등의 혐의 외에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