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한미FTA' 등 정부 옹호 댓글 지시
"국가기관을 범행에 이용…엄한 처벌 필요"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댓글 공작'을 총지휘하며 여론 조작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64)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조 전 청장은 보석 결정도 취소됐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 2018년 9월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9.12 deepblue@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은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재임 동안 인터넷 여론 대응에 대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지휘·감독을 했다"며 "경찰관들로 하여금 신분을 숨긴 채 인터넷상에 정부 정책이나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을 쓰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리는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피고인들의 범행은 경찰력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당시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반대 세력을 왜곡·비판하려는 목적이었음이 인정된다"며 "상명하복의 조직 체계를 이용해 경찰 개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자유로운 여론 조성 형성을 저해하고 의사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함으로써 경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국가 기관을 범행에 이용한 피고인은 죄책에 대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의 댓글 조작 지시가 '직권 남용'에 해당하며, 실무 경찰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그 동기나 목적에 상관없이 경찰법에서 규정한 국가 경찰의 직무상 행위 등 정당한 지휘·감독권 행사였다고 볼 수 없다"며 "여론 대응 지시는 기능별 경찰에게 특정한 목적과 방향으로 여론을 형상할 목적인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하급 공무원에게 하도록 한 일도 법령상 규정한 정보 기능에 관한 직무 범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스폴팀, 보안사이버수사대 등 여론 대응 경찰관에게 신분을 숨기고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을 게시하게 한 활동은 그들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전 청장의 범행은 국가기관인 경찰이 시민으로 위장해 조직적으로 여론 형성에 개입한 사건"이라면서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조 전 청장은 최후진술에서 "경찰이 시민을 적으로 돌리면 안 되지만 국민의 저항권은 비폭력적이고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허위 왜곡에 의한 주장이라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2010년 2월~2012년 4월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에 재직할 당시 정보관리부,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 1500여명을 동원해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댓글과 게시물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던 이슈는 청안함, 연평도 포격, 구제역, 유성기업 파업, 반값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거나 차명 계정, 해외 IP, 사설 인터넷망 등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청장은 2018년 10월 구속기소됐으나 지난해 4월 보석청구가 인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이날 보석이 취소되고 법정 구속됐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각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댓글공작 사건과 관련해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서천호(59)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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