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오픈채팅방마다 찾아다니며 사이버 테러
"불안 심리가 '남 탓 심리'로 이어진 것"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다수가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신천지에 혐오감을 가진 익명의 이용자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들은 1분에 수백 건에 달하는 이모티콘·욕설·조롱 사진으로 채팅창을 도배하며 신천지 교인들을 조롱하고 있다.
25일 카톡 채팅방에 '신천지'를 검색하니 각종 신천지 관련 채팅방이 수십 개 이상 검색됐다. 한 신천지 관련 채팅방에는 카톡 애플리케이션(앱)이 잠깐 멈출 정도로 신천지에 혐오감을 가진 이들의 '도배(같은 글 등이나 단어를 빠른 시간에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가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지난 24일 밤 카카오톡 '신천지' 관련 오픈채팅방에서 오픈채팅방 이용자들이 욕설로 채팅창을 도배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2020.02.25 clean@newspim.com |
한 참석자는 신천지 교주 이만희에 대한 욕설 혹은 같은 이모티콘을 1분에 수백 개 보냈다. 나머지 참석자들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신천지 교인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채팅방 링크와 함께 채팅방을 도배할 메시지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음담패설을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채팅방에서는 신천지 교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신천지 신분증', 채팅방 비밀번호로 주로 설정되는 신천지 탄생일 등을 공유하며 밤낮없이 공격을 이어갔다.
아예 '신천지 테러 링크 공유방'까지 등장해 각자 '공격 대상 오픈채팅방' 링크를 공유하면서 갈등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신천지에 대한 혐오감이 사이버 테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신천지에 대한 혐오감과 불만이 사이버 테러 형태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기준 확진 환자 763명 가운데 신천지와 연관성이 확인된 환자는 전체의 60% 이상인 458명에 달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극한상황이 되면 사람들이 책임 전가를 하려는 심리, '남 탓 심리'가 발생하게 돼 비난할 누군가를 찾게 된다"며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비난이 커지는 것 역시 이 같은 심리로, 누군가를 비난함으로써 나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하소연하면서 공격자들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측은 오픈채팅방의 오용, 남용 등을 막기 위해 '오픈채팅방 어뷰징 방지 대응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방장과 손님이 서로를 신고할 수 있도록 쌍방향 신고 기능을 적용하고, 음란·유해성이 명확히 판단되는 신고 건의 경우 즉각적으로 검색 제외 및 접근 불가 처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을 유해 콘텐츠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카카오톡 측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신천지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은 카카오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신천지와 연관 짓기 보다는 '욕설' 자체가 유해 콘텐츠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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