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쉼터 종묘광장공원 발길 뚝…탑골공원 폐쇄
마스크 썼다지만…방한용 마스크 착용 많아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어디 가길 어딜 가? 다 집에 있지. 코로나 때문에 죽을까 봐 안 나오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묘광장공원 근처에서 막걸리와 수육 등을 파는 최모(61·여)씨가 툭 던진 말이다.
문화 유적지 종묘 앞에는 축구장 5개를 더한 규모(3만9669㎡)와 맞먹는 종묘광장공원이 있다. 종묘광장공원은 노인들의 휴식처였다. 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장기와 바둑을 두거나 근처에 있는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병을 받아와서 한 사발을 쭉 들이키며 무료한 시간을 보냈었다.
반복된 일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확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종묘광장공원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인원이 70%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종묘광장공원 근처에서 순댓국 등 국밥을 파는 한 상인은 "겨울에는 원래 좀 줄기는 하지만 올해는 사람이 더 많이 없다"며 "설이 지나고서부터 더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묘광장공원에서 노인들이 쉬고 있다. [사진=한태희 기자] 2020.02.28 ace@newspim.com |
종묘광장공원에서 사라진 노인들은 대부분 집에 콕 틀어박혀 있는 것으로 보였다. 3일 만에 종묘광장공원에 나왔다는 한 노인은 "집에서 TV만 보고 있기 갑갑해서 나왔다"며 "여기 나오면 동지들이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또 다른 노인은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면 할 게 없다"며 "운동삼아 나왔다"고 했다.
종묘광장공원에 나온 노인들은 바둑이나 장기를 두었다. 이날 바둑판이 벌어진 곳은 1곳에 그쳤다. 평소 같으면 5~6곳에 장기·바둑판이 벌어졌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나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나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대다수 노인은 두꺼운 면으로 된 방한용 마스크를 썼다. 이들은 방한용 마스크를 내리고 이따금씩 가래침을 뱉었다. 담배를 피우려고 마스크를 벗거나 아예 턱밑으로 마스크를 내린 노인도 있었다.
간혹 일부 노인은 방역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마저도 하루 이상 사용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마스크 코 주변부에 손 때가 묻어 있었다.
'마스크를 구하기가 별 따기 만큼 어려운데 어디서 구하셨냐'는 물음에 한 노인은 "정부에서 줬다"고만 답했다. 방한용 마스크를 쓴 한 노인은 "얘(자식)들이 마스크를 사놓고 갔는데 한 번 쓰고 버리라고 해서 버렸더니 없어서 이거(방한용 마스크)라도 쓰고 나왔다"고 했다.
노인들의 또 다른 쉼터인 탑골공원은 휑했다. 탑골공원은 종묘광장공원에서 직선거리로 약 500m 떨어져 있다. 평소 같으면 탑골공원에서 노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이날은 단 한 명도 볼 수가 없었다. 종로구청이 지난 20일부터 탑골공원을 잠정 폐쇄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2월20일 탑골공원 이용을 전면 중지했다. [사진=한태희 기자] 2020.02.28 ace@newspim.com |
탑골공원 정문 앞에서 카세트 테이프와 옛날 책 등을 파는 노점상은 "공원 문 닫아서 노인들이 이제 여기 안 온다"며 "다 집에 있을 것"이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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